‘패스트 라이브즈’의 몇몇 장면은 아주 인상적인데, 누구나 느낄 법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스크린에 옮겨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특히 나영과 남편 아서(존 마가로)가 관계와 선택을 주제로 대화하는 신은 관객으로 하여금 묘한 감정과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영화의 시작이 된 남편과 친구, 그리고 송 감독의 삼자대면 자리도 재현됐습니다. 이해심 많은 남편 아서는 나영을 찾아 뉴욕까지 온 해성에게 불안감을 느끼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지는 않습니다. 해성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세 사람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명대사들이 나옵니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라스트 신은 압권입니다. 송 감독이 택한 촬영 기법이 과연 묘수입니다. 인물들을 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롱쇼트 기법이 연극적인 느낌을 연출하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동안 여운이 남을 정도로 울림을 줍니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요소도 있습니다. 일부 대사는 문학적 성격이 짙어 영화보다는 연극에 어울립니다. 이런 대사는 배우의 연기마저 어색해 보이게 하고, 작위적이거나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극적인 요소가 없어 전체적으로 심심하고 밋밋하다고 평가하는 관객도 있습니다. 영화는 해외에서 반응이 뜨겁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를 두고 “최근 본 작품 중 가장 좋았던 영화”라고 말했고, 실제로 올해 전미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런던 비평가 협회상(외국어 영화상), 미국 감독 조합상(신인감독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습니다. 오는 11일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된 상태입니다. 다만 경쟁작들이 워낙 쟁쟁합니다. 작품상에 함께 노미네이트 된 영화 중 수상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입니다. 각본상 역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분석합니다. 송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제 이야기를 녹인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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