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찾아간 청음실은 전포역 근처에 있는 ‘잔향실’이야. 자리가 많지 않아서 네이버로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좋아. 가격은 평일 기준으로 1인석은 시간당 9000원, 2인석은 1만 8000원인데 주말에는 1000원씩 더 내야 해. 음악 1시간 듣는데 1만 원이라니, 솔직히 약간 비싼 느낌이 들었는데 직접 이용해보니까 또 괜찮더라고. 우선 잔향실의 매력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고퀄리티 오디오로 틀어 준다는 거야. 물론 1시간 내내 내가 신청한 곡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냐. 다른 손님들도 있으면 번갈아가면서 들어야 해. 그래서 난 최대한 손님이 없을 만한 평일 오후 3시로 예약하고 찾아갔지. 리뷰를 보니까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해서 2시간을 잡았어. 참고로 잔향실 영업시간은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야. 자 그럼 이제 노래 들으러 출바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아직 손님이 없더라? 일단 미리 생각해 둔 5곡 정도를 종이에 적어서 직원한테 전달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어.
제일 중요한 건 스피커잖아? 잔향실에 들여놓은 스피커는 프랑스 ‘포칼’사의 ‘소프라2’였어. 포칼은 사제 카오디오 튜닝으로도 유명해서 알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프리미엄 브랜드지. 여기 있는 소프라2는 2500만 원 정도 나가. 7500만 원 정도 하는 ‘스칼라 유토피아’ 같은 하이엔드급이랑 비교하면 해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살면서 2000만 원 넘는 스피커로 음악 들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걸? 그리고 스피커 못지않게 중요한 앰프는 ‘네임오디오’사의 ‘유니티 노바’인데…검색해보니 1000만 원이 좀 안 되네. ‘만지지 마세요’라고 안 해도 아무도 안 만지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감상해 볼 시간인데, 남자 손님 3명이 더 들어오더라고. 혼자서 10곡 넘게 들어보면서 완전히 뽕(?)을 뽑아 보려 했는데 내심 아쉬웠어. 내가 신청한 곡들을 들어 본 소감을 간단히 적어 볼게.
■ 밤 편지 - 아이유 청음에 좋은 음악으로 많이 추천하는 아이유의 ‘밤편지’를 첫 곡으로 들었어. 도입부 기타 소리가 우리 아이유 목소리만큼 선명하고, 미세한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선예도가 뛰어났어. 도입부를 지나면 타악기와 베이스 연주가 깔리는데, 저음이 아주 도드라지는 동시에 보컬의 고음부 역시 또렷하게 들려. 음질이 좋으니까 한 곡 전체를 완전히 집중해서 듣게 됐어.
■ Hotel California(Live on MTV, 1994) - Eagles “어느덧 대전 하이웨이~” 이 노래도 다들 알지? 이글스 하면 떠오르는 전설적인 노래인데,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어쿠스틱 버전이 1994년 MTV 라이브야. 이 곡도 도입부부터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스피커에서 고음을 내는 부분을 ‘트위터’라고 하는데, 고급 오디오 브랜드는 저마다 트위터에 개성이 있어. 예를 들어 영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 앤 윌킨스’(B&W)의 하이파이 스피커엔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달려 있지. 포칼은 금보다 비싸다는 베릴륨으로 만든 트위터를 쓰는데, 역시 몸값을 하더라. 포크 기타와 클래식 기타의 맑고 청명한 소리가 아주 그냥 심금을 울리는 거 있지. 고역뿐만 아니라 중역대 표현력도 탁월해. 평범한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콩가, 마라카스 같은 타악기 소리는 좀 묻히는 경향이 있거든. 그냥 박자감만 더해주는 정도라고. 그런데 해상도가 좋은 스피커로 들으니까 이 타악기들 소리가 경쾌해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라고. 사운드 스테이징도 대단해서 마치 내가 콘서트장에 있는 것처럼 공간감이 살아 있었어.
■ Birds – Dominique Fils-Aime 저음 테스트에 주로 쓰이는 재즈 곡이라 오디오필에겐 친숙할 거야. 역시 저역대가 탄탄하더라. 베이스 연주와 보컬의 펀치력이 상당하고, 약하게 때리는 퍼커션 소리까지 세밀하게 들려.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았는데 이건 직접 들어 봐야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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