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차지한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1994년 영국 리버풀 한 공립 주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결국 사망한 노인 ‘데이비드 카’(이안 하트)의 손녀가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편지와 옛 신문 기사, 빛바랜 사진 등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형식을 취합니다. 젊은 시절 실업자이자 공산당원이었던 데이비드의 인생을 바꾼 것은 1936년 리버풀의 한 모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노동자들의 참전을 독려하는 스페인 시민군의 연설에 감화되어 약혼자의 만류도 뿌리치고 프랑코와 싸우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합니다. 영화는 스페인 내전의 배경을 자막 등으로 간단히 소개하지만, 관련 배경지식이 없다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페인 내전의 배경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소수 기득권이 토지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봉건주의 국가였던 스페인은 1873년 연방제를 표방하는 제1공화국을 수립합니다. 그러나 각 지역의 분리 독립운동과 마르크스주의의 확산, 빈부 양극화와 군부 독재 등으로 정치적 혼란은 가중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2공화국이 수립됐지만 대공황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파시즘과 무정부주의 등 극단주의가 퍼지면서 분열에 불을 지핍니다. 이런 가운데 우파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에 대한 반발로 1936년 총선에서 좌파와 공화파 등으로 구성된 ‘인민전선’이 승리를 거둡니다. 좌파 정부는 토지개혁 등 다수 국민들이 염원하던 정책을 시행하지만 소수 기득권은 극렬히 저항했고, 우파인 프랑코 군부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스페인은 국민파(프랑코파)와 공화파로 나뉩니다. 이렇게 시작된 스페인 내전은 파시즘을 타도하기 위해 세계 각국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의용군으로 참전하는 독특한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세계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인도 국제 여단의 자원병으로 참여해 프랑코와 싸웠습니다. 영화 주인공인 데이비드 역시 국제여단에 합류하기 위해 스페인행 기차에 무작정 올라탑니다. 이 기차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자 통합 노동자당’(POUM) 민병대에 합류하려는 시민군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군사 훈련을 거쳐 공화파 시민군이 된 데이비드는 전선에 배치돼 힘겹게 싸웁니다. 무기는 낡았고 물자는 부족하지만 대의를 위해 똘똘 뭉친 민병대는 프랑코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둡니다. 데이비드는 동료 블랑카(로사나 파스토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전우애가 꽃피던 민병대는 좌파 내부의 분열로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스페인 공산당이 당시 소련의 지시에 따라 비공산당 좌파 세력을 배신한 겁니다. 무기 공급이 중단되자 데이비드는 혼자 인민군에 가담했지만 염증을 느끼고 다시 동지들을 찾아 의용군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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