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코스를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거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라고. 이미 더워 죽겠는데…집도 가깝겠다, 그냥 나는 집에 가겠다고 할까 생각도 잠깐 들었어.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뛴 거야. 돌아갈 때는 개인 페이스대로 자유롭게 뛰어도 괜찮았어. ‘남자들끼리 빡세게 뛰어보자’는 말에 자극을 받아서 막 뛰었는데, 분수를 모르고 고수들 속도에 맞춰서 빨리 뛰다가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네? 10년 넘게 한 축구가 소용이 없었다 이거야. 하는 수 없이 나랑 페이스가 비슷한 멤버 2명이랑 같이 뛰었어. 돌아가는 길 내내 들었던 생각은 ‘혼자 뛰었으면 절대 불가능했겠다’는 거였어. 같이 뛰는 러닝메이트들이 있으니 반강제로 뛰는 거지, 옆에 아무도 없었으면 지쳐서 걸었을 게 뻔했어. 함께 뛴 2명도 러닝크루 활동의 최고 장점이 동기부여라고 입을 모았어. 혼자 뛸 때는 한 번에 주파하지 못할 코스인데, 단체로 뛰면 어떻게든 해내게 된다는 거지. 나도 러닝메이트들 덕에 복귀 코스는 6분대를 기록할 수 있었어. 나 정도면 잘 뛰는 거다? 처음엔 왕복에 총 1시간이나 걸린 사람도 있대. 가는 길은 어찌저찌 같이 뛰었는데, 돌아올 때는 지쳐서 거의 걸어온 거지. 이렇게 얘기하면 ‘나도 못 뛰면 어떡하지’ 싶을 수 있는데, 운영진이 마지막까지 러닝메이트 역할을 해주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괜찮아. 이날 초심자들도 대부분 10분 내외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어. 그리고 꾸준히 뛰면 무조건 실력이 올라간대. 처음엔 제대로 뛰지도 못했는데, 크루 활동 한 달 반 만에 ‘복귀 5분 컷’을 달성한 여성 회원도 있어. 물론, 애초부터 잘 뛰어서 4분 대에 돌아오는 ‘괴물’도 있고. 의외였던 점은 여성이 많았다는 거야. 야외 스포츠인 만큼 평소엔 남성 비율이 더 높다고 하던데, 이날은 여성이 6명, 남성이 5명이라 이례적으로 여초였어. 요새 러닝이 여성들 사이에서도 유행이라 하더라고. 이날 신입 4명 중에도 나를 뺀 나머지 3명이 모두 여자였어. 여성 비율이 높으면 이성과 교제를 노리고 들어오는 ‘불순분자’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 크루는 비교적 클린하게 운영되고 있었어. 술 모임 등 친목 위주로 돌아가는 러닝 크루도 있는데, 여긴 철저히 러닝 위주로 일정을 잡아. 그래서 그런지 이날도 마무리 체조를 하고 해산하면서 밥 먹을 사람을 모았더니 남자 5명만 남더라고. 다같이 돼지국밥 한 그릇씩 먹고 깔끔하게 헤어졌어. 식사하면서 러닝의 이점을 물었더니 공통적으로는 심폐지구력이 크게 좋아지는 걸 꼽았고, 잠이 잘 와서 생활습관이 좋아졌다거나 체중관리가 쉽다는 등 다양한 얘기가 나왔어. 운영진인 규연 씨에 따르면 야외 러닝은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이 완전 성수기래. 실제로 단체 대화방에 수시로 사람이 드나들고, 총 인원이 150명에 달해. 정규런 참여자도 보통 한 자릿수였는데 요새는 10명을 쉽게 넘기고, 참여자가 많아지니 정규런 횟수도 많아졌어. 매주 1, 2회 진행하던 게 4, 5회까지도 늘어난 상황이야. 시간과 장소만 맞으면 소수 인원으로도 가능한 ‘번개 런’도 잦아졌어.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모닝 런’을 즐기는 회원들도 있으니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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