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가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는 동시에 미지의 존재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중반부 역시 흥미롭습니다. 낮은 조도를 기반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연출이 제법 긴장감을 줍니다. 어두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심한 촬영과 편집은 신예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주요 단서나 핵심 요소를 카메라로 일일이 비춰 주고 강조하는 촌스러운 연출이 아닌 암시 위주의 촬영을 통해 관객 스스로 핵심을 깨닫게 합니다. 배역도 훌륭합니다. 정태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불쾌함을 안기는 엄연한 범죄자인데, 자기 스스로는 “나쁜 짓은 안 한다”며 나름의 선을 넘지 않는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경쾌하고 유쾌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녀가 죽었다’가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는 달라 보이게 하는 차별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태는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캐릭터인데, 이 극단적이고 이중적인 인물을 완벽히 구현해 낸 변요한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신혜선도 의문스러울 정도로 극단적이며 충동적인 소라라는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여할 정도로 열연을 펼쳤습니다. 조연 캐스팅 역시 ‘찰떡’이었습니다. 특히 배우 이엘은 형사인 영주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선보였는데, 메인 포스터에서 주연들과 나란히 자리 잡은 것에 비해선 비중이 낮아 존재감이 약간 떨어졌습니다. 후반부 전개는 상대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시나리오에 억지로 맞춘 듯한 극 중 인물들의 선택은 개연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또 중요할 때마다 무능하게 그려진 경찰의 모습이 작위적입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 덕에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범죄를 미화하지 않는 메시지도 잊지 않고 임팩트 있게 전달했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세휘 감독은 갓 데뷔한 신예입니다. 고교 시절 연극부에서 쓴 시나리오로 부산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재능을 보였던 그는 여러 영화에서 스태프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다가 ‘그녀가 죽었다’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습니다. 김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녀가 죽었다’에 대해 “남들은 모르는 걸 나만 알고 싶다는 나쁜 열망과 타인의 관심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리고자 했다”면서 “상업 영화를 추구하는 감독으로서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라고 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라는 판타지 사극 시리즈물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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