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문제 생길 때마다 선생님이 애프터서비스를 확실하게 해주셔. 선생님 지도에 따라서 윤슬 부분을 파란색으로 덧칠했더니 괜찮아졌어. 선생님은 시범만 살짝 보여주시니까, 나머지 수정 작업은 내가 직접 해야 돼. 윤슬을 표현하고 나면 해 주변이랑 파도를 그릴 차례야. 매번 다른 붓을 사용했는데, 붓마다 특징을 잘 설명해주니까 집중해서 들으면 그리는 데 전혀 문제 없어. 파도 거품은 아주 미세한 붓으로 흰색 점들을 그려서 표현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리려고 여기저기 점을 마구 찍다 보면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우여곡절 끝에 파도까지 완성하면 구름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차례야. 이번엔 뭉툭한 붓으로 하늘보다는 조금 진한 보라색 구름을 만들었어. 자연스럽게 잘 그렸다는 선생님 칭찬에 어깨가 절로 으쓱거려지네. 2시간 조금 넘는 과정이었는데 힐링 제대로 했어. 완성작은 고이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면 돼. 적당한 곳에 두니까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뿌듯함도 있어서 일석이조야.
참, 나랑 같은 시간에 옆 방에서 클래스를 들은 커플은 부부였어. 유정식(32), 이이진(30) 부부는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서 부산에 놀러 왔는데, 수업 후기를 물었더니 재미있고 집중이 잘 돼서 만족했다고 하네. 기념일에 추억할 만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는데, 멋진 그림이 생겼으니 집에 걸어놓을 예정이래.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다가 ‘작가’로 데뷔한 사람도 있었어. 최인숙(53) 씨는 딸과 함께 원데이 클래스를 몇 번 체험한 게 계기가 됐어. 여기 공방엔 정기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반’과 ‘전시반’이 있는데, 최 씨는 작년부터는 전시반 수업을 듣고 있고 이미 작품을 전시해본 경력이 있는 엄연한 작가야. 최 작가는 “우리가 어디서 작품을 전시해볼 수 있겠냐”면서 “전시를 하고 나면 가족의 대우가 달라진다. 호칭이 ‘작가님’으로 변한다”고 웃었어. 그림은 중장년에게도 좋은 취미야. 최 작가에게 그림 그리기의 매력을 물었더니 이렇게 설명하셨어. “아이들이 다 독립하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자녀의 빈 자리에 공허함을 느끼는 ‘빈둥지 증후군’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선생님한테 전시반과 취미반에 대해 여쭤봤는데, 대부분 혼자 오고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고 하네. 69세에 취미로 시작해 3년째 전시를 하고 있는 분도 있대. 선생님 말씀을 전하자면, “그림에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전시를 할 수 있어요. 열심히 운동해서 보디프로필 사진을 남기는 것과 비슷하죠.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메리트예요”라 하시더라고. 힐링도 하고 성취감도 얻고 싶은 사람은 멍 때리지 말고, 당장 그림 그리러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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