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는 여러모로 칭찬할 점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장 거슬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액션과 클리셰입니다. 극 중 규남은 빗발치는 총알 세례에도 절대 피격당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북한군들 총부리와 일직선상에 있는데도 연발하는 소총 탄환에 한 발도 맞지 않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10년씩 복무하는 북한군의 사격술이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손쉽게 규남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여유를 부리는 현상의 모습은 전형적인 클리셰에 해당합니다. 악당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여유를 부리다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상투적인 장면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현상이 여유만 부리지 않았으면 규남은 서너 번은 족히 잡히거나,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 또 중후반부터는 규남의 임기응변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물품을 구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식인데, 관객 입장에선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무장 단체의 등장 역시 다소 뜬금없이 느껴집니다. 이종필 감독의 전작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한국 영화계에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의 활용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영화에 이를 녹여내는 방식이 조금 억지스럽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왕 등장시킨 김에 여성 캐릭터들을 적극 활용할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 위기를 한 차례 벗어나도록 돕는 정도의 역할에 그쳐 이도 저도 아니게 됐습니다. 이처럼 ‘탈주’에는 몰입을 깨는 요소들이 있어 진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특히 종반부에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느라 개연성을 잡지 못했습니다. 다만 꿈을 향해 달린다는 메시지 자체는 작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방황하는 청년 세대에게는 크게 와 닿을 수 있겠습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를 주제곡처럼 활용해 마무리한 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다시 노래를 듣고 싶어집니다. 영화는 11일 현재 CGV 실관람객 만족도를 나타내는 골든에그 지수가 9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수치이지만, 호오가 갈린다는 뜻입니다. 실관람평을 공감순으로 확인해보니 기자와 같은 이유로 아쉬움을 드러내는 평이 적지 않습니다.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중박’ 영화 나오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