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실존인물인 태주보다는 인후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가난한 속물 변호사 인후가 재판 과정에서 불공정을 목도하고 태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참 변호사’가 되는 성장 스토리가 핵심입니다. 영화를 끌고 가는 힘도 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의 열연에서 나옵니다. 충동적이고 저돌적인 인후는 주연배우가 열연을 펼치기 딱 좋은 캐릭터입니다. 태주는 물론이고 선배 변호사, 검찰, 판사 등 여러 인물과 대립하며 펼치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인 전상두(유재명)를 상대하는 장면들입니다. 유재명의 카리스마가 조정석의 패기와 맞붙으며 강렬한 스파크가 튑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서울의 봄’ 속 인물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환과 유재명이 연기한 전두환, 이성민 버전의 정승화 참모총장과 정진우 버전의 참모총장이 제각각 매력이 있습니다.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이선균의 호연도 일품이었습니다. 박태주는 ‘서울의 봄’ 속 이태신처럼 투철한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캐릭터인데, 이선균의 결연한 표정 연기가 인물 특징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어 퓨 굿 맨’(1992)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정의보다 실리를 추구하던 젊은 군법무관 대니얼 캐피(톰 크루즈)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캐피는 그저 상부의 명령에 따랐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사병들의 변호를 맡으며 진짜 변호사로 성장합니다. 사병들이 단지 명령에 따랐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는 톰 크루즈의 열연이 관람 포인트입니다. ‘행복의 나라’에서도 박 대령이 내란에 가담한 인물인지, 아니면 단지 명령에 따른 군인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변호사와 검사의 첨예한 논리 싸움, 그리고 편파적인 재판부에 분노를 쏟아내는 인후의 모습에서 ‘어 퓨 굿 맨’ 속 장면들이 살짝 오버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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