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놉시스는 간단합니다. 프로 여자배구 만년 최하위 팀인 ‘핑크스톰’이 새 감독과 구단주를 만난 뒤 단 한 번의 1승을 위해 분투한다는 내용입니다. 실망감은 영화 초반부터 몰려옵니다. 그동안 봐 온 스포츠 영화와 다를 바 없이 한없이 가벼운 분위기와 틀에 박힌 캐릭터의 향연입니다. 해체 직전인 ‘핑크스톰’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배구선수 출신 우진(송강호)은 전형적인 실패자, 속물 캐릭터입니다. 나름의 아픈 사연으로 프로 데뷔에 실패했고, 파산과 이혼 등 여러 실패를 겪었습니다. 현실주의자인 우진은 신임 감독이 되고도 팀에 대한 애정이나 승리를 향한 열정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적당히 시간만 보내다가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대학 배구팀 감독직을 맡을 생각 뿐입니다. 새로운 구단주 정원(박정민)도 판에 박힌 캐릭터입니다. 전형적인 ‘철없는 재벌 2세’인 정원은 구단을 인수하긴 했지만 팀의 성적보다는 화제 몰이에 집중합니다. ‘핑크스톰’이 시즌 중 단 1승이라도 거두면 추첨을 통해 총 20억 원을 나눠 주겠다는 자극적인 공약을 내걸어 비싼 시즌권을 완판합니다. 잘 나가던 팀도 무너질 상황이니, 만년 꼴찌였던 ‘핑크스톰’의 성적은 뻔합니다.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하고, 선수단에 불화가 번지고, 팬들의 비난이 폭발하는 삼중고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거듭된 패배가 우진의 승부욕을 자극합니다. 승리를 향한 갈망이 생긴 우진은 리더십을 발휘, 팀을 결속해 1승을 향해 달려갑니다. 제일 아쉬웠던 점은 개연성입니다. 전체적으로 ‘왜’가 빠져 있습니다. 핵심 인물인 우진이 왜 갑자기 승부에 집착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철없는 속물인 구단주 정원 역시 왜 ‘진심 모드’로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정’만 있고 설정을 설득할 서사가 너무 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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