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와 벤지의 애증은 폴란드 홀로코스트 투어를 통해 심화됩니다. 유대인인 두 사람은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에 살았던 유대인들이 겪은 아픔을 다루는 역사 투어에 함께 합니다. 언뜻 배려심이 없어 보이던 벤지는 세심하고 사교적인 면이 있습니다. 타인에 관심이 많고 공감 능력이 좋은 그는 역사 투어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즐겁게 하는 재주를 마음껏 발휘합니다. 반면 내향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데이비드는 홀로 일행을 겉돕니다. 웃음 포인트, 눈물 포인트, 심지어 입맛도 다른 두 사람은 투어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재확인합니다. 물론 즐거운 순간들도 있습니다. 소심한 데이비드는 충동적인 벤지와 함께 일탈을 경험하며 작은 해방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벤지의 충동적 행동은 결국 갈등을 고조시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벤지는 생각나는 말들을 가감 없이 내뱉으며 투어 일행 모두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중간에서 난처해진 데이비드는 일행들에게 대신 사과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물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동행을 그립니다. 큰 틀로 보면 어울리지 않던 두 주인공이 화합해 가는 버디 영화인데, 두 배우의 연기 합이 워낙 좋아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리얼 페인’은 평범한 버디 영화보다는 좀 더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벤지와 데이비드의 깊은 아픔을 드러내는 대목은 역사적 비극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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