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주인공 민태(하정우)는 한때 조직폭력배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조직을 떠나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문제가 생기면 폭력으로 해결하는 성질머리는 여전하지만, 힘들게 번 돈을 모두 제수인 문영(유다인)에게 보내는 등 아직 조직에 몸담고 있는 동생 석태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그러나 “사고를 친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 석태가 시체로 돌아오면서 민태의 갱생도 끝납니다. 동생의 죽음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문영의 행방도 묘연해지자 민태는 진실을 찾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고 거리로 나섭니다. ‘브로큰’의 초반부는 기존 한국 영화들과는 색다른 면이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 설명도 없이 인물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나열해 관객이 인물 간 관계나 사건의 정황을 짐작하게끔 합니다. 대사나 글로 사건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니 감각적인 느낌도 들지만, 기존 상업영화의 친절한 편집에 익숙한 관객에겐 약간의 혼란을 안길 수도 있습니다. 민태는 석태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홀로 조직을 상대합니다. 쇠파이프를 들고 여러 조직원을 상대하는 액션 장면이 화려합니다. 하정우의 액션은 ‘본 시리즈’ 속 맷 데이먼 같은 세련됨보다는 ‘올드보이’(2003)의 최민식 같은 날것의 느낌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별한 남자가 홀로 범죄조직을 상대한다는 스토리는 뻔하고 식상한 면이 있습니다. ‘브로큰’의 차별점이라면 베스트셀러 작가인 호령(김남길)이 엮여 있다는 겁니다. 호령이 쓴 소설 속 살인 이야기는 석태가 죽음에 이르게 된 이야기와 일치합니다. 이 사실을 경찰과 민태 모두 알게 되면서 스릴러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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