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대표를 뽑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 ‘사내정치’는 여느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법한 문제입니다. 결국 그놈의 사내정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까지 무너뜨리자 소신파 준희는 좌절합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괴롭게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하는 가운데 ‘갑’인 사측은 한발 뒤에 물러선 채 상황을 방관합니다. 결국 약자와 약자끼리 갈등을 빚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영화 캐릭터와 대사, 연기도 아주 사실적입니다. 직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아야 하는 인사팀장 정규훈(김도영), 그런 팀장과 살벌하게 설전을 벌이는 부장 배호근(김영웅), 전문대학 출신이라는 뜻인 ‘전졸’ 딱지가 붙은 대리 손경연(장리우) 등 조연들이 각자 맡은 배역에 잘 어울리고 연기도 수준급입니다. 구조조정 실행의 실무를 맡은 준희 역시 감정을 이입하기 좋은 캐릭터입니다. 일머리가 좋아 늘 칭찬을 듣지만, 준희의 밝은 표정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영화의 색감과 톤처럼 준희의 표정은 늘 어둡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느라 압박감에 시달리는 준희와 인사팀 직원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한국 노동 환경의 모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또 직장인이라면 가슴에 팍팍 꽂힐 수밖에 없는 대사 등 공감이 가는 요소가 많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몰입을 돕는 담담한 연출은 화룡점정입니다. 이렇게 사실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경험’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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