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체적인 플롯은 여느 대선 정치물과 유사합니다. 유력한 후보들끼리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자기편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집니다. 상대방의 비리를 캐내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을 만들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는 일단 부정하고 봅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자들끼리도 전략을 놓고 날 선 말다툼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정치인이 아닌 추기경들이라는 점은 영화의 큰 차별점입니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추기경들이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추잡한 ‘정치질’을 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한 추기경들의 성추문이나 비리 문제도 등장하니 현실감도 상당합니다. 가톨릭 신자라면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추기경들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로 갈려 진영 다툼을 벌이는 양상은 오늘날 정치판에서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라 기시감이 강하게 듭니다. 말로는 통합과 화합을 외치는 종교인들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 겁니다. 영화는 잘 만든 정치 스릴러물의 필수 요소도 두루 갖췄습니다. 우선 시나리오부터 탄탄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판세로 흐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인물들의 감정과 입지가 순식간에 변하는 과정도 개연성 있게 잘 그려냈습니다. 오스카 각색상에 걸맞은 각본입니다. 레이프 파인스의 명연기도 관람 포인트입니다. 내면의 갈등과 복잡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눈빛 연기가 명품입니다. 극 중 주요 인물인 아그네스 수녀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 역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두 배우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각각 노미네이트 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포용과 다양성이라는 주제 의식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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