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백>은 영국 정보국 내부의 배신자를 축출하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물입니다. 정보국에는 신임받는 베테랑 요원 부부 조지(마이클 패스벤더)와 캐슬린(케이트 블란쳇)이 있습니다. 조지는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낳을 수 있는 정보국 비밀 무기 ‘세버러스’를 외부로 유출한 조직 내 배신자를 찾아야 합니다. 추려진 후보는 5명. 문제는 그중에 아내인 캐슬린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AI처럼 냉철한 조지는 캐슬린도 그대로 용의선상에 올린 채 함정수사를 이어갑니다. 몇몇 후보들은 어딘가 의뭉스러워 보이고, 캐슬린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정황들도 드러납니다. 극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는 다재다능한 감독입니다. 소더버그만큼 화려하게 입봉한 감독은 많지 않습니다. 장편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90년)>로 1989년 제4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이때 나이가 26세에 불과했습니다. 액션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 걸출한 스타들을 앞세운 케이퍼 영화 <오션스> 시리즈가 그의 대표작입니다. 그러나 <블랙 백>에선 첩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액션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치밀한 심리전과 수싸움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이를 위해 등장 인물들은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데, 관객 성향에 따라 지루하거나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