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뮤지컬 영화의 불모지입니다. 그동안 기존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가 없었는데, ‘영웅’이 그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영웅’은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쌍천만’ 신화를 쓴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과정을 다룬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각색했습니다. 원작 뮤지컬에서 13년째 안중근을 연기해온 배우 정성화가 그대로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또 김고은, 나문희, 조우진, 배정남, 박진주 등 익숙한 배우들도 등장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웅’엔 호불호가 갈릴 요소들이 많습니다. 윤제균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재밌게 본 관객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겠지만, 윤 감독 특유의 신파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자는 후자에 속하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인 혹평을 남기겠습니다.
잘 만든 영화는 도입부부터 판가름 납니다.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인 만큼, 감독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에 좋습니다. ‘영웅’ 역시 관객을 압도하기 위해 초반부터 대규모 전투신을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공들인 것에 비해 결과물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적군의 총탄에 쓰러지는 아군,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흘리는 눈물, 남발되는 슬로모션…2000년대 초반 전쟁영화에서나 볼 법한 진부한 연출이 실망감을 자아냅니다.
역시 극의 초반에 집중된 코믹 요소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제강점기 영화를 마냥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은 좋지만,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평도 나옵니다. CGV 실관람평에선 “안중근 의사를 다루면서도 개그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명성황후의 복수를 다짐하는 ‘설희’(김고은 분) 캐릭터도 장단이 확실합니다. 김고은의 가창력과 연기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 영화의 최대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원작과 달리 설희의 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안중근의 감정과 서사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극 중반까지는 ‘누가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