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봉한 ‘스위치’는 돈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톱스타 박강(권상우 분)과 그의 매니저 조윤(오정세 분)이 크리스마스에 서로 인생이 뒤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흔한 코믹 영화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만,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공존하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선을 넘는 불쾌한 유머코드 없이 웃기고, 뻔하고 억지스러운 신파 없이 감동을 줍니다. 주인공인 박강은 겉보기엔 ‘싸가지’ 없는 톱스타지만, 속으로는 고독과 불안에 시달리며 잠도 편히 못 자는 인물입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첫사랑 수현(이민정 분)을 아직 잊지 못해서인지 진정한 사랑에도 실패합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조윤은 무명배우를 벗어나지 못해 박강의 매니저로 일합니다. 젊은 시절 연극판에서 동고동락했던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도 함께 술잔을 기울입니다. 이내 만취한 박강은 조금은 특별한 택시에 올라탔다가 하루아침에 조윤과 인생이 뒤바뀌게 됩니다. 눈을 떠보니 인기스타 박강은 사라졌고, 첫사랑 수현과 결혼한 쌍둥이 아빠이자 생계에 쪼들리는 재연배우 박강이 됐습니다. 그는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반대로 조윤은 톱스타가 됐지만, 짝사랑만 반복하는 외로운 생활을 이어갑니다.
영화는 잔뼈 굵은 배우들의 호연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 요소로 어색함이나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권상우는 극 중에서 인생이 바뀐 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일명 ‘소라게 짤’을 재연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오정세의 능청스러운 연기 역시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민정의 부부 연기도 눈길을 끕니다. 이민정 스스로도 앞서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권상우와) 연기 호흡이 잘 맞더라”고 밝혔습니다. 권상우와 이민정의 쌍둥이 자녀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박소이, 김준의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익살스럽고 자연스러워 재미와 몰입감을 더합니다. ‘스위치’는 감동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짜내는 연출 없이도 가족과 사랑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를 은은하게 전달합니다. 권상우가 “시사회 때 눈물을 흘리며 봤다”더니, 실제로 영화관 곳곳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실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개봉 후 CGV ‘골든에그’서 94%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로 “가볍게 보기 좋은 코믹영화”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크게 재밌는 부분은 없었다”거나 “미국 영화 ’패밀리맨’(2000)과 다를 게 없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일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실제 흥행 성적표는 나쁘지 않습니다. 개봉 사흘째인 6일 오후 3시 현재 ‘스위치’의 누적 관객 수는 8만 9410명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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