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능 전성시대답게 전국이 ‘육체미 소동’에 빠졌습니다. 동네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헬스클럽은 몸매를 가꾸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운동 유튜버들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것도 ‘피지컬’(신체 능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1, 2화가 공개된 서바이벌 게임 예능 ‘피지컬: 100’은 최고의 피지컬을 표방합니다. 내로라하는 피지컬 강자 100명을 모아 최후의 1인을 뽑는다는 내용입니다. MBC와 루이웍스미디어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빅뱅,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들의 월드투어를 연출한 유재헌 미술감독, ‘오징어 게임’과 다수의 뮤지컬 작업에 참여한 김성수 음악감독, 봉준호 감독의 핵심 스태프로 꼽히는 최세연 의상감독, ‘PD 수첩’의 장호기 PD 등 각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투입됐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 1, 2화는 제법 재미있습니다. 1화는 참가자 100명을 간략하고 속도감 있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헬스 유튜버 심으뜸 등 낯익은 유명 인사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이밖에도 전직 특수부대원, 보디빌더, 외국인 스포츠 모델, 레슬링 선수, 야구선수, 치어리더 등 성별, 나이, 인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피지컬 강자들이 등장합니다. 헬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인플루언서들도 많지만, 낯선 얼굴도 꽤 보입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약물을 사용해 근육을 키운 이른바 ‘로이더’로 강하게 의심되기도 합니다.
피지컬: 100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분위기는 ‘오징어게임’과 흡사합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1인에게 억대의 상금이 주어진다는 설정은 동일합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오징어게임 같다”는 말이 나오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미 근육과 오징어게임의 합성어인 ‘근징어게임’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물론 뚜렷한 차별점이 있습니다. 모든 게임의 승패가 신체 능력으로 판가름 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각본에 따라 연출된 상황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있습니다. 또 오징어게임과 달리 참가자들이 단순히 상금이나 생존에만 매달리지 않습니다. 각 분야 최고의 피지컬들이 모였기 때문에 자존심 싸움도 치열합니다.
1, 2화 현재까지 공개된 게임은 오래 매달리기와 1:1 매치입니다. 첫 게임부터 신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혼자 조용히 보다가도 입에서 ‘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던 ‘고퀄리티’ 세트장에도 눈길이 갑니다. 설계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납니다. 한 참가자는 “콜로세움에 선 검투사가 된 기분”이라고 표현합니다.
게임 종목들은 나름의 형평성도 갖췄습니다. 근력으로만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민첩성, 스피드, 지구력, 근성 등 여러 신체 능력에 정신력까지 갖춘 사람이 최후까지 남을 수 있겠습니다.
원초적인 힘겨루기나 스피드로 승부를 펼치는 2화는 강렬합니다. 사실 기자는 호전적이지 않은 편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살벌한 신경전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하지만 힘 좀 쓰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1대 1로 대결하는 장면, 이건 굉장히 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끄는 보디빌더와 해군 특수전전단(UDT) 예비역 부사관의 맞대결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격렬한 몸싸움에 ‘다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승자가 궁금해 끝까지 지켜보게 됩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덕에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에피소드는 매주 2편씩 공개됩니다. 다음 편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27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공개 2일 만에 전 세계 7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선 1위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도 7위에 오르는 등 반응이 뜨겁습니다.
새해 들어 운동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평소 기자가 다니는 헬스클럽도 못 보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동기부여가 중요한 법입니다. ‘골때녀’와 ‘피지컬: 100’은 운동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최고의 프로그램입니다. 목표를 위해 온힘을 쏟는 출연자들을 보고 있으면 삶의 의욕까지 돋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새해에 추진력이 필요한 독자 여러분께 두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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