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여자 라우라(세이디 하를라 분)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고고학 전공자입니다. 1만 년 전에 새겨졌다는 ‘암각화’를 연인이자 문학 교수인 이리나(디나라 드루카로바 분)와 함께 보기 위해 러시아 최북서단인 무르만스크행 열차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러시아 남자 료하(유리 보리소프 분)는 태어난 김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한량입니다. 대규모 광산이 있는 무르만스크에서 사업을 하겠다며 열차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무르만스크로 향하는 열차 2등석 ‘6번 칸’에서 만나게 됩니다.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6번 칸’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3일 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둘의 첫 만남은 최악입니다. 이리나가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홀로 6번 칸에 타게 된 라우라는 대낮부터 보드카를 마시는 료하와 마주합니다. 라우라는 그런 료하를 피해 식당 칸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마감시간이 되자 결국 6번 칸으로 돌아갑니다. 료하는 이제 담배까지 피우고 술주정을 합니다. 국수주의적 발언을 하더니 성희롱까지 하네요. 라우라는 6번 칸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료하에겐 따뜻한 면도 있기는 합니다. 라우라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표하고 친해지려 합니다. 그러나 라우라가 암각화를 보러 무르만스크에 간다고 하자 겨우 ‘돌멩이’를 보러 거기까지 가느냐며 황당해 합니다. 그야말로 물과 기름 같은 조합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감정에는 변화가 생깁니다. 라우라는 꾸밈 없고 순수한 료하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서서히 그에게 스며듭니다. 그런데 막상 라우라가 다가오자 료하는 숨어듭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한층 가까워지고 성장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캠코더 속에 갇혀 살던 라우라는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미련을 던져버리고 과거에서 벗어납니다.
라우라와 료하가 가까워지는 이유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영화에 대해 “급류를 향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흐르다가 둘 사이의 좁은 틈 사이를 으르렁거리며 마침내 고요한 호수 표면으로 흘러가는 강과 같다”면서 “내 목표는 모든 부조리 속에서 삶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 관객을 영화관 밖으로 안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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