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 버틀러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엔 일종의 공식이 있습니다. 고난도 액션으로 악당들을 때려잡다가 위기의 순간에 희생적인 영웅정신을 발휘해 결국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는 식입니다. 스토리가 단조로워 지겨울 수도 있지만, 완급 조절에 능한 감독만 만나면 재미있고 통쾌한 팝콘무비가 탄생합니다.
영화 ‘플레인’은 다행히 후자에 속합니다. 줄거리부터 흥미롭습니다. 책임감 강한 여객기 기장인 토렌스(제라드 버틀러 분)는 연말에 14명의 승객을 태우고 여느 때처럼 조종간을 잡습니다. 오랜만에 아빠와 새해를 맞이하기로 한 토렌스의 딸은 비행 직전에 전화를 걸어 ‘늦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합니다.
하지만 ‘고물’ 비행기는 악천후를 만나자 고장나 버리고, 호송 중이던 살인 전과자 ‘가스파레’(마이크 콜터 분)를 포함한 모두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집니다. 다행히 영국공군 출신의 베테랑 기장 토렌스는 기지를 발휘해 외딴 섬에 불시착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통신이 끊겨 구조 요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가스파레를 감시하던 경찰관은 비상착륙 과정에서 숨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하필 이 섬은 분리주의자와 용병이 득시글거리는 무법지대입니다.
‘플레인’은 긴박한 전개 속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녹여낸 고전적인 액션 스릴러물입니다. 꽤나 현실적인 설정과 사실적인 액션이 몰입을 돕습니다. 승객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캡틴’ 토렌스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인 가스파레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캐릭터입니다. 토렌스와 가스파레의 묘한 공조, 항공사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고용한 용병과 무장세력 간의 충돌씬도 재미를 더합니다. 어설픈 신파를 최대한 배제한 것도 호감 요인입니다.
관객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기자처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 관객들이 ‘의외로 재미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17일 현재 ‘플레인’의 CGV 골든에그 지수는 94%로 양호한 편입니다. “최근 본 한국 영화보다는 재밌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아 쓴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사실 앞으로 상영이 예정된 한국 영화 중에도 기대작은 많지 않습니다. 올해 2월 기준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최근 20년 중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석권하는 외화들을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심정도 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 영화계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