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한 ‘파벨만스’는 자타공인 영화계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입니다. 스필버그가 영화감독의 꿈을 품게 된 계기와 영화를 향한 그의 순수한 사랑이 담겼습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새미 파벨만(가브레일 러벨 분)의 성장과정은 스필버그 감독의 유년시절과 일치합니다. 유능한 공학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새미는 1952년 1월 부모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찾은 극장에서 ‘지상 최대의 쇼’를 보고 영화의 세계에 눈을 뜹니다. 단숨에 영화와 사랑에 빠진 새미는 그날부터 아빠 버트(폴 다노 분)의 8mm 카메라로 일상을 촬영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분)의 말대로 파벨만에게 영화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꿈’이 되었습니다.
새미는 10대가 돼서도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가족들의 모습을 필름에 남기고, 보이스카우트 친구들을 배우로 섭외해 극 영화까지 만들면서 감독의 꿈을 키웁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항상 즐거움만 안겨준 것은 아닙니다. 가족 여행 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던 새미는 아버지의 절친인 베니(세스 로건 분)와 엄마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른 장면을 포착합니다. 충격을 받은 새미는 영화에 대한 열정까지 잃어버리고 카메라를 들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게다가 고등학교에선 반유대주의 동급생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하며 마음이 꺾일 위기에 놓입니다.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새미 역을 따낸 신예 가브리엘 라벨의 연기는 눈부시고,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지만 남편을 떠나야만 하는 엄마 역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는 놀라운 호연을 펼쳤습니다. 데이비드 린치가 연기한 ‘서부극의 1인자’ 존 포드 감독의 등장은 씨네필을 위한 이스터 에그입니다.
이 작품으로 올해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스필버그 감독은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영화화를 주저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스필버그는 엄마의 불륜 사실을 60년 넘게 비밀로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모두가 저를 성공 신화로 보지만, 모두에게 말할 용기를 낼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며 “내가 이 이야기를 언제 할 수 있을지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고, 74세가 돼서야 ‘지금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증의 부부 관계, 부모와 자식 간 사랑과 다툼은 누구나 공감할 법합니다. 쏟아지는 명대사에는 예술과 가족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했던 스필버그 감독의 고뇌가 녹아있습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 여러분의 가족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습니다. 유년시절을 고증하는데 애를 쓴 그는 촬영 도중 수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CBS 인터뷰에서 스필버그는 완성된 집 세트장이나 부모 역을 맡은 폴과 미셸의 모습이 실제와 유사해 울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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