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후로 국내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나쁘지 않은 가운데, 기자는 ‘리바운드’가 아쉬운 대목이 많은 영화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해 봅니다.
기자는 ‘슬램덩크’ 원작 만화를 전혀 보지 않은 채 올해 1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했습니다. 극장판 슬램덩크의 강점은 뚜렷했습니다. 우선 각 캐릭터의 매력이 확실했습니다. 우월한 피지컬과 리더십을 갖춘 채치수, 타고난 재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강백호 등 선수 하나하나의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무엇보다 송태섭이라는 확실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사가 흘러가 자연스럽게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완급 조절도 훌륭했습니다. 서사를 쌓아올리다가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 효과를 쏟아 붓는 연출로 감동을 극대화했습니다. 카타르시스를 정교하게 세공해낸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리바운드’에서는 이러한 흥행요소들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캐릭터의 매력이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 주연급 선수인 천기범과 배규혁의 ‘브로맨스’는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브로맨스는 비중이 애매하면 오히려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교섭’에서 그려진 황정민과 현빈의 어정쩡한 브로맨스가 그랬습니다. 서로 삐걱대던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면서 우정을 쌓는다는 기본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갈등을 겪는 이유와 화합하는 과정을 다소 빈약하게 묘사했습니다. ‘리바운드’의 천기범과 배규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강양현 코치를 연기한 안재홍의 호연은 인상적입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패기 있는 입체적 캐릭터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연기했습니다. 극의 재미와 감동은 대부분 안재홍의 대사와 열연을 통해 전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출도 아쉬운 편입니다. 좋게 말하면 공식을 잘 따른 영화적 연출이고, 직설하자면 작위적이고 뻔한 연출입니다. 극적인 순간에 거는 슬로우와 클로즈업된 표정, 흥분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하는 캐스터…전혀 새로울 것 없는 연출법이었습니다.
한국 스포츠 영화에서 코미디는 빼놓을 수 없죠. ‘리바운드’도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심어뒀는데,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강하게 갈리겠습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개그 코드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내기 보다는 ‘콩트’로 웃기는 방법을 택했는데, 대부분 예측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예컨대, 슛을 하는 장면에서 잔뜩 기대되는 음악을 깔아놓는데 실제 슈팅은 골대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겁니다. ‘한국 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은 웅장한 음악이 나오고 슬로우를 거는 순간부터 ‘아, 슛이 턱도 없겠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천기범을 둘러싼 논란도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천기범은 영화 제작이 한창이던 2022년 1월 음주운전 적발로 한국 프로리그에서 은퇴했고, 이후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연예매체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준비하던 스태프들 모두 ‘멘붕’에 빠졌다”면서도 “애초에 ‘리바운드’ 출발 자체가 누구 한 명이 주인공이 아니다. 한때 농구 선수였으나 포기한 스물다섯 살 청년(강양현 코치)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외된 청년들이 함께 여행을 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천기범은 지난해 6월 일본행 배경에 대해 “타지에서 혼자라도 농구만은 계속하고 싶다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며 “죄책감과 후회, 부끄러움으로 마음이 무겁고 두렵기도 하지만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 선택하게 됐다. 잘못의 무게를 잊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공개 사과한 바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리바운드’에 녹아있는 장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인입니다. 장 감독 스스로 명대사로 꼽은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는 관객에게 작은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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