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은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5년 만인 올해 4월 12일 재개봉한 이유는 ‘워너브라더스’ 100주년을 맞아 CGV가 연 ‘SF오디세이’ 특별전 때문입니다.
특별전은 첫 주자인 ‘레디 플레이어 원’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이 차례로 스크린에 복귀하고, SF 걸작으로 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마무리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식량난과 경제위기로 전 세계가 현실도피에 빠진 204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든 가능한 가상현실 게임 세상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이 인생의 낙입니다. 주인공인 10대 남학생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분)도 오아시스에 열광하는 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분)는 오아시스에 숨겨둔 3개의 미션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게임 소유권과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미션을 깰 힌트는 할리데이가 사랑했던 1980년대 대중문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와츠는 생전 할리데이의 모습에서 파악한 힌트로 첫 번째 미션을 통과하지만, 살인도 마다않는 초거대기업 ‘IOI’의 위협에 맞닥뜨립니다.
영화는 개봉 당시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고, 기자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번 재개봉 작은 ‘4DX’에 3D까지 더한 포맷이라 더욱 생생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기자는 카체이싱 씬이 등장하는 영화는 가능하면 꼭 4DX 포맷으로 관람합니다. 재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 역시 스피드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카체이싱 장면에서 4DX 3D 포맷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열쇠를 얻기 위해 아바타들이 펼치는 경주 장면에 맞춰 의자가 마구 들썩거리니 스릴이 넘칩니다. ‘킹콩’과 티라노 사우르스가 나타나 자동차를 박살내는 장면은 5년이 지난 뒤 다시 봐도 압권입니다. 다만 극의 초반인 카체이싱 장면에 4DX 효과가 집중된 탓에, 이후부터 느껴지는 4DX 효과는 상대적으로 밋밋한 편입니다.
20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의 80%를 판권 대여에 쏟아부은 만큼 추억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건담, 아이언 자이언트부터 배트맨, 트레이서까지…1980~2010년대 문화계를 이끈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영화는 아직도 ‘레디 플레이어 원’이 유일합니다. ‘Bee Gees’의 ‘Stayin’ Alive’ 같은 추억의 팝송이 끼어드는 타이밍도 절묘합니다.
영상미는 최신 개봉작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3D 안경을 통해 보니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와 동명의 원작 소설인 ‘레디 플레이어 원’의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은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끔찍한 현실과 완벽한 가상현실이 도래할 가능성에 대해 “아쉽지만 정말로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기후 변화를 무시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앞으로 살아갈 곳을 계속해서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많은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꿈꾸는 현실을 만들어낸 인터넷 속 가상 세계로 도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클라인의 비관적이던 인터뷰는 5년이 지난 뒤에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인류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라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클라인이 했던 또 다른 희망 섞인 말도 맞아 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현실뿐이다.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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