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장승포동 지심도터미널에서 10시 50분에 출발한 배는 불과 15분 만에 지심도에 도착했다. 시간은 짧았지만 이날 파도가 거칠어 배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전후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낚시꾼을 포함해 10여 명에 이른 승객의 입에서 연거푸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하루 다섯 차례 운항하는 지심도행 배는 대개 만원인데 이날은 파도가 심하다는 예보가 나와 승객이 적었다고 한다. 미리 여행 일정을 정해뒀던 터라 포기할 수는 없어 거친 풍랑이 친다는 걸 알면서도 배에 올랐다.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인어 동상이 이용 승객을 기다린다. 호랑이가 지심도 바다 밑에 살던 인어를 사랑하다 목숨까지 잃었다는 전설에 착안해 만든 동상이다. 인어 동상 앞에서는 전동차량이 대기 중이다. 배를 타고 온 승객을 섬 위쪽까지 실어주는 차량이다. 지심도에서 민박집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현지 주민이 유료로 운영한다. 파도에 시달려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걷기로 했다. 결과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선착장에서 지그재그로 섬 위쪽을 향해 걸어가면 ‘동백하우스’라는 민박집이 나타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샛끝전망대, 왼쪽으로 가면 마끝전망대가 나온다. 어느 쪽을 택하든 섬을 한 바퀴 돌면 두 곳 모두 갈 수 있기 때문에 방향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다니려면 마끝전망대부터 가는 게 좋다. 마끝전망대를 향하는 길에 여러 차례 나무 터널이 나타났다. 구름이 많이 끼어 날씨가 흐린 탓에 터널 안은 매우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동백꽃도 많이 피지 않았고, 그나마 핀 꽃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끝전망대는 지심도 남쪽 끝이다. 바다 건너편에 거제시 지세포리가 바라보인다. 풍경이 시원하고 사진이 잘 나와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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