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마을에서 1~2분만 아래로 내려가면 반곡마을이 나타난다. 산수유꽃담길이라는 글이 적힌 낡은 간판과 반곡회관도 보였다. 회관 앞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그야말로 산수유 ‘무릉도원’이 나타나는데, 산동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수유 산책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산수유 꽃담길은 산수유나무가 하늘을 가릴 듯이 나무 덱과 그 옆을 따라 흘러내리는 한가로운 서시천으로 이뤄진 산책로다. 지금 산수유꽃이 100% 만개한 상황이 아닌데도 산책로는 꽃 천국이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는데, 날씨가 조금 화창해져서 꽃이 더 활짝 필 경우 풍경이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한 청춘 남녀는 즐거운 듯 깔깔대며 서시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넜고, 다른 중년 부부는 나무 덱을 따라 평촌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서시천 바닥 바위에는 사진작가 여러 명이 드러누워 겨울을 뚫고 졸졸 흐르는 서시천 물줄기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열심히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평촌마을이 나타난다. 차를 몰고 와서 산수유 꽃담길을 구경할 경우 반곡마을보다는 평촌길을 따라 올라가 평촌마을 뒤편에 주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마침 산수유꽃이 화사하게 핀 시골집 돌담길 옆으로 할머니 한 명이 보행기를 밀고 나들이에 나섰다. 할머니에게도 한때는 산수유꽃보다 아름답고 싱그러웠던 청춘이 있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