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한반도에 목화를 도입해 대량 재배에 성공한 문익점의 후손이 대대로 살던 곳이다. ‘본리’는 행정구역명이며 ‘세거지’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의미한다. 이곳은 2016년 드라마 ‘달의 연인’을 통해 우아한 고택과 주변의 아름다운 목화, 매화가 널리 알려져 특히 유명해졌다. 세거지는 문익점과 관련 있는 곳이어서 입구에는 대형 문익점 좌상이 설치됐다. 좌상을 중심으로 뒤쪽은 고택과 목화밭, 왼쪽은 연못, 오른쪽은 매화밭이다.
주말이면 길이 막힐 정도로 세거지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좌상과 매화밭이 함께 들어오는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또 세거지를 배경으로 삼아 목화밭을 찍어도 훌륭한 풍경사진이 된다. 하이라이트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어우러진 매화밭이다. 만개한 매화가 훌륭한 배경이 돼 주기 때문에 어디에서 찍더라도 ‘인생샷’이 완성된다. 충분히 사진을 찍었다면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볼 차례다. 고택 안에는 아무 때나 들어갈 수는 없고 문화해설사에게 미리 문의하면 안내를 들으며 살펴볼 수 있다. 일단 문익점 좌상을 중심으로 오른쪽 매화밭을 지나 세거지 담장과 골목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 세거지 주변 논밭에는 봄을 알리는 풀과 야생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민다. 흙담장으로 둘러싸인 골목길 안에는 아직 떠나기 싫어하는 겨울마저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세거지 곳곳에 우뚝 서 즐거워하는 여행객에게 미소를 보인다. 수령 100년을 넘은 보호수인 소나무와 회화나무의 높이에서 세거지의 깊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매화밭, 목화밭,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연못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고택과 연못 그리고 두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은 그림이 된다. 하지만 연못은 사진보다는 주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는 게 더 제격이다. 집에서 미리 내려온 드립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코를 간질이는 게 커피 향인지 봄의 내음인지 헷갈릴 즈음 춘곤증마저 느껴진다. 확실히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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