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서 가장 유명한 동백꽃 명소는 지심도이다. 하늘에서 내려보면 마음 심(心)자 모양으로 생긴 섬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15~20분가량 들어가야 지심도에 도착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지세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도 있다.
장승포항 선착장 주변에는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점이 즐비하다. 출발 전 끼니를 해결하기 좋다. 다만 ‘관광지 물가’가 반영되어 가성비가 낮은 곳도 있으니 잘 골라야 한다.
장승포에서 지심도로 가는 첫 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출발해 평일 하루 5편, 주말 9편이 운행된다. 주말에는 기본적으로 1시간 간격이나, 요즘처럼 꽃구경을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성수기 낮 시간에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도 한다.
지심도는 섬을 둘러보기 위한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코스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략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선착장에서 둘레길로 들어서는 초입까지 길은 다소 가파르다. 초입에서는 두 갈래로 길이 나뉜다. 배에서 내려 섬을 바라본 방향 기준으로 왼쪽에 작은 성모 마리아 동상이 있다. 그쪽으로 가면 샛끝전망대가 나오는데 반대편 길과 비교하면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맞은편 마끝전망대 방향으로 가면 다소 가파른 길부터 올라야 한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것은 마끝전망대이다.
절경을 빨리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마끝전망대로 향했다. 동백꽃뿐만 아니라 소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식물로 숲이 울창하다. 지심도는 남해안 특유의 상록활엽수림이 잘 보전된 곳으로 꼽힌다. 전체 숲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한다고 한다. 꽃만 기대하고 갔다가 덤으로 원시림 특유의 풍경까지 선물 받은 기분이다.
숲길을 지나 마끝전망대에 도착하면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지심도 절벽 한 귀퉁이와 해송, 바다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마파람이 부는 끝자락’이라해서 마끝으로 불린다더니 바람도 제법 세차다. 바람도 풍경도 시원하다.
마끝전망대에서 맞은편 샛끝전망대쪽으로 향하면 곳곳에 핀 동백꽃과 바닥에 떨어진 동백 꽃잎, 그리고 오가는 이들이 낙화를 모아 둔 꽃더미를 만난다.
지심도 둘레길에서 가장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은 전등소 소장 사택에서 둘레길 초입까지 길이다. 전등소는 일제시대 일본군이 일본군함에 길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지심도는 대마도와 한반도 사이 대한해협을 지나는 바닷길의 길목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일본군의 요새로도 활용됐다. 지심도에 포진지와 탄약고 등의 흔적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소장사택은 일본식 가옥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모습은 아름답지만, 일본군의 병참기지로 활용된 지심도의 역사를 떠올리면 씁쓸하기도 하다.
소장사택 옆으로 난 길에서 선착장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동백나무를 비롯해 각종 나무들이 바다를 향해 가지를 뻗어 터널을 만든 장소를 지난다. 나무 터널 사이 쏟아지는 빛줄기가 겨울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안온하게 어루만져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