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 여러 번 여행을 갔고, 그때마다 회쇡광장을 지나다녔지만 왼쪽에 선 건물이 헝가리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이곳의 진가를 깨달을 수 있게 된 게 다행이었다.
부다페스트미술관 뒤편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찾았다는 부다페스트 최고 식당 ‘군델 카페 레스토랑’도 있으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여행객이라면 군침을 삼킬 만하다.
부다페스트미술관을 방문하던 날 마침 ‘신과 악마의 왕국’이라는 주제로 메소포타미아 특별전이 진행 중이라서 인파가 흘러넘칠 지경이었다. 다행히 입구가 다른 상설전시장 방문객은 그다지 많지 않아 느긋하게 입장해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어떤 여행객은 블로그에 ‘부다페스트미술관에 투자한 세 시간은 정말 행복해서 마음이 붕 떠다녔다’고 기술했는데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전시품 규모가 10만여 점을 넘는 부다페스트미술관은 사실 미술관이라기보다는 박물관이다. 헝가리 및 유럽 여러 나라 작가들의 미술품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의 각종 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한다. 부다페스트는 고대 로마 시대에 중요한 군사기지여서 많은 로마군이 주둔한 덕분에 당시의 유물이 많이 남은 편이다.
부다페스트미술관이 소장한 미술품 중에는 특히 13~18세기 작품이 많다.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마소 디 방코의 ‘성모의 대관’,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일 사세타의 ‘기도하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의 ‘성모자와 세례자 요한’, 17세기 스페인 화가 후안 안토니오 에스칼란테의 ‘성모 마리아의 수태’ 등 반드시 찾아봐야 할 작품은 차고 넘친다.
부다페스트미술관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공간은 또 있다. 과거에는 전시되지 않는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였지만 수리를 거쳐 중세 바실리카 성당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은 ‘로마네스크 홀’이다. 놀랍게도 홀을 찾는 방문객은 그다지 많지 않아 긴 시간 동안 혼자 출입문 앞에 서서 예수의 생애를 담은 벽화 등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