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푸르다. 바다의 파랑이 아닌 산의 초록이 어울리는 시기다. 시리도록 푸른 녹음을 눈에 담기 위해 부산 너머 경남으로 시야를 넓혀 본다. 지도 위 짙푸른 색으로 표시된 산 하나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경남 하동·산청·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5개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 이 중 함양군은 천왕봉을 비롯해 지리산의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고장이다. 지리산의 북쪽 관문, ‘지리산 제1문’이 있는 함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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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찾아가는 고갯길부터 명소다. 함양읍내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10분쯤 달리자 갈색 ‘지리산’ 이정표가 나온다. 화살표를 따라 ‘지리산 가는길’(지방도 1023호)로 접어들면 곧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지안재’다. 회전각이 90도가 넘는 커브 길을 한 번, 두 번… 모두 여섯 번 꺾어서 오르니 전망덱이 나타난다. 위에서 내려다본 지그재그 아스팔트 도로는 마치 흑룡이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형상을 닮았다. 고개를 쉬이 넘기 위해 터널을 뚫었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풍경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자동차·오토바이라도 지안재를 만나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안전운전 하세요.” 라이더들끼리 건네는 인사도 안전을 앞세운다. 간간이 걸어서 오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완만한 경사도를 위해 여섯 번이나 구부려 만든 길이지만 그래도 만만찮은 오르막이다. 지안재와 오도재를 이어 마천면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가는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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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가는길의 맨 꼭대기, 삼봉산과 법화산이 만나는 지점(해발 773m)에 ‘오도(悟道)재’가 있다. 임진왜란 때 승군이기도 했던 청매 인오 스님이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도를 깨쳤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오도재 정상엔 2006년 함양군에서 조성한 지리산 제1문이 우뚝 솟아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지리산 못지않게 빼어나다. 오른쪽 멀리 함양읍내와 천년의 숲 ‘상림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오도재와 지리산 제1문을 넘으면 본격적으로 지리산을 조망할 시간이다. 1km 정도만 내려가면 탁 트인 전망의 지리산조망공원이 나타난다. 정자에 오르니, 안내도에 나온 풍경 그대로 천왕봉부터 반야봉까지 10여 봉우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지리산 능선의 자태를 좀 더 오래 마주하고 싶다면 바로 옆 ‘카페 오도재’에서 차와 빵을 곁들여도 좋다. 20대 귀촌 자매가 운영하는 ‘뷰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카페다. 고즈넉한 사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또 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지리산 3대 계곡 중 하나인 칠선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1520년 창건된 ‘벽송사’가 자리한다. 조선시대 선불교 종가를 이룬 벽송사는 한국전쟁 때 불에 탄 뒤 1960년대 중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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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넉넉한 품은 볼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도 선물한다. 함양에도 산양삼, 흑돼지, 곶감 등 지리산의 정기가 스민 여러 특산물이 있다. 그 중 해발 400~600m에서 자생하는 산머루는 산 중의 보배로 불린다. 지리산 인근 삼봉산 기슭에 자리한 산머루테마농원 ‘하미앙 와인밸리’에 가면 산머루의 다양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1998년 수동면에서 출발해 2004년 지금의 터에 자리잡은 하미앙은, 부지만 1만 평에 이르는 경상남도 9호 민간정원이다. 지역명 ‘함양’을 고급스럽게 풀어낸 ‘하미앙’이란 이름부터 재미있다. 건물부터 정원까지 유럽풍으로 조성한 하미앙은 산머루 와인이 유명하다. 직접 재배한 산머루로 와인을 만들다가 지금은 인근 50여 농가에서 계약 재배한 산머루를 쓴다. 와인동굴과 숙성실에서 산머루 와인의 제조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주말에만 개방하는 와인숙성실엔 20개 숙성탱크에서 술이 익어간다. 숙성탱크는 사람 키보다 몇 배나 큰데, 탱크 하나가 와인(750mL) 1만 5000병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와인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국내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오크통 수십 개가 양 옆으로 놓여 있다. 100년 이상된 오크나무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오크통은 단 2개. 와인 숙성을 위해 한 번 쓰고 나면 재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귀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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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이번엔 5코스 ‘오륙도 품은 이기대’를 소개한다. 5코스는 동부산에 있는 욜로 갈맷길 1~5코스의 마지막 코스로, 동부산의 매력이 응집돼 있다. 해안가 산자락에 난 산책로를 걸으면, 산과 바다의 매력과 절경을 동시에 느끼고 즐길 수 있다. 부산의 정체성이 녹아나 있는 코스다. 아울러, 부산의 미래인 부산항 북항을 비롯해 원도심 곳곳을 조망을 할 수 있어 원도심과 서부산 욜로 갈맷길의 묘미를 미리 맛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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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영상 속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이 부산에서 열린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부산 전시로, 수영구 망미동 F1963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석천홀에서 대규모로 개최된다. 줄리안 오피 개인전 ‘OP.VR@Kukje/F1963.BUSAN’이 3일 개막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의 VR 작업이 중심에 놓인 전시이다. 국제갤러리는 부산점에 더해 옆 석천홀까지 전시공간을 확대, 줄리안 오피의 회화·조각·모자이크·영상·VR·라이브 퍼포먼스까지 4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새로운 창작의 모티브로 삼은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는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LED 영상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춤 동작에 집중하기 위해 머리나 팔다리가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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