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중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란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된 지역 중 하나인 ‘거문오름’이 그렇다. 용암동굴계를 형성한 모체로 알려진 거문오름은 명성만큼 다채로운 자연의 신비를 품었다. 코스는 3가지다. 정상 코스(2.1km)는 1시간, 분화구 코스(5.0km)는 2시간 30분, 전체 코스(6.7km)는 3시간 30분이나 걸린다. 시간만 보면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놀멍쉬멍(놀면서 쉬면서) 걷기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탐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단위로 출발한다. 적당히 구름 낀 날 오전 일찍, 예약자 20여 명과 함께 해설사 뒤를 따라 길을 나섰다. 탐방로 초입부터 우거진 삼나무 숲이 시원한 그늘을 내어 준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야자매트와 나무 덱이 깔려 걷기 수월하다. 다만, 반드시 정해진 길로만 해설사 안내를 따라 걸어야 한다. 정상까지 쉬지 않고 걸으면 10분이면 족하다. 정상엔 표석 하나만 있을 뿐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출발한 지 1시간여 뒤 갈림길에서 출발지로 돌아가는 대신 해설사를 따라 분화구 속으로 향하니 별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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