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코앞이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며 토끼 얼굴을 찾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올 추석엔 달토끼가 선명하게 얼굴을 보일까. 그러고 보니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인데… 생각이 삼천포로 빠지려다, 진짜 삼천포로 향했다. 옛 삼천포 시내에서 조금만 차를 달리면 ‘별주부전’ 전설의 고향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별주부전 토끼가 달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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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만나러 가는 길, 첫 목적지는 비토섬이다. 섬 모양이 토끼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사천시청을 지나 사천대교를 건너면 서포면이고, 서포면의 남쪽 끝에 비토섬이 자리한다.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첫 번째 다리가 ‘비토교’, 두 번째 다리는 ‘거북교’다. 오후 1시께, 때마침 간조라 다리 아래는 광활한 갯벌이다. 비토섬 갯벌은 사천 9경 중 하나로 꼽힌다. 거북교 주변은 갯벌 체험장으로도 이용된다. 비토섬 입구엔 별주부전의 배경이 남해안(사천시) 일대임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우뚝 섰다. ‘남해용궁’이란 단어와 사천지역 지명을 연결 지어 볼 때 비토리가 별주부전의 배경이라는 얘기다. 진실 여부를 가리는 건 학계의 몫이고, 여행객 입장에선 토끼와 거북이로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니 그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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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에 얽힌 동물은 토끼·거북이만이 아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절경에 반해 이름 붙였다는 ‘남일대’에 가면 또 다른 동물,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삼천포항을 지나 남일대해수욕장에 도착하자 남일대 유적비와 최치원 동상이 눈에 띈다. 선생의 유적비는 후손과 시민이 뜻을 모아 2012년 건립했다고 한다. 남일대 정자에 올라 바라본 전망도 운치 있지만 해수욕장 한가운데 포토존에 더 눈길이 간다. 영어로 쓴 ‘NAMILDAE’ 알파벳 중 가운데 ‘I’ 꼭대기에 하늘색 코끼리 캐릭터가 귀여운 포즈로 웃고 있다. 코끼리 캐릭터의 살짝 왼쪽, 바다 멀리 예사롭지 않은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기다란 코를 내민 옆얼굴이 영판 ‘코끼리 바위’다. 코끼리 바위는 가까이 접근도 가능하다. 해변 동쪽 끝에서 시작하는 나무덱과 해안길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코끼리 바위로 이어지는 갯바위다. 해상 추락사고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을 지나 조심스레 갯바위로 걸음을 내딛자 곧 코끼리 얼굴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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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은 바다와 접한 고장이라 해산물이 흔하다. 좀 특별하면서도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다면 삼천포터미널 근처 ‘박김밥’을 추천한다. 대표 메뉴인 박김밥은 갈색으로 졸인 박과 달걀·청경채가 들어간다. 단출해 보이는 재료들이 어우러지면서 깔끔하고도 깊은 맛이 난다. 간이 심심하면 겨자를 푼 소스에 찍어 먹길 권한다. 박김밥은 2줄(8000원)부터 판매하는데, 배가 큰 이들은 혼자서 푸짐하게 먹기 좋다. 레트로 감성의 가게 내부도 특색 있다. 음식을 내어주는 쟁반과 접시, 유리병에 든 보리차까지 옛날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벽면 크게 내걸린 방명록에는 맛과 분위기에 만족해 하는 방문객들의 글귀가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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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스 ‘금정산성 나들이’다. 10코스는 강과 계곡, 산을 모두 벗 삼아 걷는 길이다. 낙동강 둔치에 강줄기를 따라 길쭉하게 펼쳐진 화명생태공원을 가로지르며, 대천천 계곡과 금정산 자락을 따라 걷는다. 화명생태공원은 사계절 서로 다른 옷을 갈아 입고, 대천천은 맑은 계곡물에 은빛 물고기가 노닐고 왜가리와 쇠백로가 쉬어 간다. 대천천 누리길 전망대에 오르면 금정산이 선물하는 천혜의 비경에 탄복하고, 화명수목원에서는 잘 가꾸어진 초목을 보며 심신을 힐링할 수 있다. 10코스의 끝은 국내 1호 민속주인 ‘산성막걸리’로 유명한 금정산성 산성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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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행연습도 했더랬다. 백두대간 설악 구간 안내문에는 총거리 23.3km로 15시간이면 마친다고 돼 있었다. 다 탁상공론이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작성하지 않았을까. 왜?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공룡능선에서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선경을 보며 몸과 마음을 추스른 것도 잠시. 배낭마저 중청대피소에 두고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에 올랐으나 내려오는 한계령까지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 보통 이 구간은 2번으로 나눠서 하는 이도 많다. 특히 부산에서 이동 거리가 길어 차로 5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므로, 가능하면 느긋하게 하는 편이 낫겠지만, 중간에 내려오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대간까지의 접근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대간 종주를 준비하는 이들은 단박에 끝내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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