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역시 이른바 ‘문과침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더 심해졌다. 문과침공은 이과 과목을 공부한 수험생들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문과 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말이 통합형이지 실제론 선택과목을 둔 불완전 통합형이다)으로 치러진 2021년부터 특히 더 두드러졌다.
문과침공의 원인은 선택과목 사이 난이도 조정 실패다. 문과 수험생이 주로 고르는 수학 과목은 ‘확률과 통계’다. 이과 수험생은 미적분·기하를 대부분 선택한다. 그런데 ‘확률과 통계’와 미적분·기하 사이 난이도 조정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원점수가 같아도 표준점수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통상 더 어렵다고 판단되는 미적분·기하에 점수를 더 얹어 환산하기 때문이다. ‘확률과 통계’를 고른 A 수험생과 미적분·기하를 고른 B 수험생 모두 한 문제도 안 틀려도 표준점수에서 B 수험생이 더 높게 나오는 이유다. 그 차이가 2021년에는 1점, 2022년엔 5점이었는데, 올해에는 무려 11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합격을 위해 소수점까지 다투는 형편에서 11점은 어마어마한 차이다. 실제로 올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은 이과 수험생이 97%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과 수험생들이 문과 계열로 지원한다면, 처음부터 11점을 깎이고 들어가는 문과 학생들로서는 패닉 상태에 빠질 법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문과침공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서울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과 수험생 중 절반은 대학의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 지원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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