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은 어떨까. 노랑은 노무현의 색이었다. 대선 승리로 전국에 노랑 물결이 넘쳤던 2002년, 그때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노랑의 주인은 2013년부터 정의당으로 넘어갔다. 초록은 2016년 안철수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 색깔이다. ‘녹색 돌풍’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보수당 합당 과정에서 다른 색에 섞이고 만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 노란색과 녹색은 서로의 단짝이 되었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뭉친 녹색정의당에서 두 색깔은 함께 쓰인다.
지금 제3정당을 노리고 있는 정당들의 색깔 싸움도 치열하다. 돌풍의 조국혁신당은 짙은 파란색(트루블루)을 중심으로 한 파란색 계열을 당 색깔로 채택했다. 주황은 개혁신당에서 오랜만에 빛을 봤다. ‘개혁’ 혹은 ‘대담함’을 상징하는 ‘개혁 오렌지’라는 별칭이 붙었다. 새로운미래는 밝고 역동적인 민트색(튀르쿠아즈 블루)을 선보였다.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표 색을 각각 따른다.
이로써 이번 총선의 색깔 투쟁은 진보의 푸른색 계열과 보수의 붉은색 계열의 대비라는 선명한 구도를 형성했다.
■ 화려한 외관보다 내실 기해야
색깔 정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선거철만 되면 유독 극성인데, 당의 정체성과 쇄신의 이미지를 통해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 심지어 정당의 간판 색깔을 통째 바꾸는 시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표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색깔은 곧 정치적 무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색깔이 정당의 본질일 수 없다. 중요한 건 구태를 벗고 쇄신 의지를 다져 실제 현실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의 사례가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무너진 보수 진영의 재건을 목표로 파격적인 색을 내놓았는데, 그 이름도 거창한 ‘밀레니얼 핑크’였다.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자기반성은 부족했고 내실 다지기보다는 겉치장에 치중했던 탓이다. 선거 참패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외관이 화려하다 해서 저절로 변화가 오는 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현실을 바꾸려면 그에 걸맞은 정책, 정강 등을 통해 내실을 알차게 채워야 한다. 진짜 실력을 갖춘 정당만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알맹이는 부실한데 겉만 바꾼다면, 그건 꼼수 아니면 속임수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 했다. 국민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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