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이유로 노인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편견을 일컫는 말이다. 백세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노화를 평가절하하는 세상에서 자발적·비자발적 연령차별주의가 알게 모르게 내재돼 있다. “이제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에는 난 너무 늦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는 늦었다” 등 스스로에 대한 자발적 연령차별주의도 무시하기 어렵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새롭고 도전적인 경험과 기회를 시도하려는 자신감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이다. 성별, 인종, 계급, 빈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나이가 들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는 “나이가 70~80세가 되면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연령차별주의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면서 “이런 사회적인 시선과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유럽에서는 액티브한 시니어들의 등장이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80+, 90+, 100+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발적·비자발적 연령차별주의를 뛰어넘는 ‘젊은 어르신’ 증가
카메라 촬영과 디지털 편집 등 새로운 기술과 연기를 배우느라 땀 흘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동구 자성대노인복지관 영상동아리. 지난해 열린 제13회 부산실버영상제에서 ‘우리 며느리’란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사는 다문화가정의 여러 에피소드를 담았다. 70대가 주류인 영상동아리 회원 7명은 영화감독과 배우, 스태프 역할을 교대로 맡으면서 영화를 제작한다.
회원들은 “TV나 영화에서 보기만 하던 배우와 감독 활동을 직접 하면서 스스로 살아있음과 자부심을 굉장히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내가 연예인, 영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라면서 “영상제 시상식에서 주변 친구와 가족의 격려와 칭찬이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은숙 자성대노인복지관 관장은 “개인의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재가복지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이 우울감이 있다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장은 “자성대노인복지관에서 실버영상제 대상을 3차례나 수상했다“면서 ”어떤 주인공 할머니는 ‘내년에도 주인공을 한번 더하고 싶다’고 찾아오시기도 한다”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창립 때부터 14년간 부산실버영상제 심사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는 안수근 동명대 명예교수는 “노인들이 디지털영상 촬영과 편집, 연기 등 창의적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살아온 가치 있는 삶을 다음 세대와 공감할 기회가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안 명예교수는 “작품을 제작하고 팀워크를 이루는 과정에서 영원한 청춘이 된다”면서 “앞으로 실버영상아카데미 등 체계적인 노인 교육시스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3회 영상제 공모주제는 “세대와 공감을, 세상에 영감을”, 올해 14회는 “가치 있는 세월, 같이 있는 세대”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연령차별주의의 극악한 표현이 “늙으면 죽어야지”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뿐만 아니라, 노인 스스로 자신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도 극복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연령차별주의는 나이 탓만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노력해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연령차별주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과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한동희 대표는 “황혼이 삶의 열정을 결코 억누를 수 없다”면서 “사회적으로 80, 90세 등 노령층이 연령차별주의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내 나이가 어때서’라면서 자신있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9988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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