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파이어 내부는 기술과 창의력이 결합한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핵심 볼거리다. 한국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이국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에 단박에 촬영 명소로 떠올랐다. 공연장·카지노 입구와 맞닿은 150m 길이 통로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초고화질 LED는 신비로운 숲과 바다의 풍경을 비춰 흡사 영화 ‘아바타’ 속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다. 30분 간격으로 등장하는 초대형 고래의 유영 장면이 최대 압권이다. 엄청난 시각적 규모에 압도되고 만다. 고래를 보러 방문하는 방문자들이 있을 정도다. 북유럽 밤하늘의 발광 현상에 빗댄 ‘오로라’ 명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공연장과 카지노 앞의 키네틱 샹들리에 ‘로툰다’도 명물로 떠올랐다. 모두 156개의 LED 패널로 이루어진 디지털 샹들리에의 패턴이 시시각각 화려한 모양으로 변신하는 게 장관이다.
■ 단시간에 인증샷 핫플로 등극했지만…
편집 숍과 쇼핑가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자연의 신비를 주제로 표현된 작품 공간 ‘인스파이어 원더’가 마련되어 있다. 빛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원더 오브 라이트’,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표한 ‘원더 오브 페탈’, 마음의 숲을 묘사한 ‘원더 오브 마인드’ 등 전시물 주변을 바장이면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호텔 출입구로 이어지는 거대한 나뭇결 캐노피는 자연주의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캐노피를 뜷고 입장하면 바로 호라이즌 라운지를 만나는데 정중앙에 우뚝 선 조명 구조물과 주변의 장식이 장엄한 분위기여서 마치 고대 신전 내부처럼 느껴진다.
앞선 미디어 아트와 ‘인스파이어 원더’ 등은 투숙객이나 시설 이용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만, 식당가, 편의점이 부족해 인파가 몰릴 경우 어딜 가나 장사진인 게 불편하다. 호텔 체크인 역시 대기 행렬이 길다. 공연이 있거나 주말에는 진입로 정체나 주차난을 겪었다는 방문 후기가 제법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셔틀버스 외에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점도 단점이다. 예컨대 부산에서 서울역이나 김포공항을 경유해서 간다면 해외 출국이나 마찬가지의 시간과 수고를 각오해야 한다.
인스파이어 측은 3000명이 넘는 고용 창출과 주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인근 을왕리해수욕장과 영종국제도시의 숙박업소, 상가는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쏠림 현상이 발생하기 십상인 대규모 복합리조트 개장 전 주변 상권과의 상생 방안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시사점을 남긴다.
■ 부산형 복합리조트, 차별화가 중요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s)란 카지노 이외에 호텔과 테마파크, 고급 레스토랑, 컨벤션 시설,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각종 편의·오락 기능이 통합된 대규모 시설을 뜻한다. 카지노를 낀 리조트의 메카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카지노 이외의 공연이나 테마파크 등의 사업 매출이 절반을 넘는 복합리조트가 즐비하다. 전 세계적으로 복합리조트에 자본과 사람이 몰리는 게 추세다.
복합리조트 시장 경쟁은 글로벌 규모로 벌어진다. 이미 싱가포르와 마카오에서 관광 활성화와 고용 창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은 2025월드엑스포 개최지인 오사카만 인공섬 유메시마(夢洲) 49만㎡ 부지에 일본 첫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2030년 개장한다. 당초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시설을 활용한 복합리조트 계획안이 경합했다가 유메시마만 허가를 받았다. 논란이 된 오픈 카지노의 경우 내국인에게 입장료와 출입 횟수 제한을 둘 예정이다.
부산은 지난 2017년 세계적인 카지노 그룹인 샌즈와의 협의가 진행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복합리조트 핵심 시설인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 허용)에 발목이 잡혔다. 외국인 전용이 아닌 내국인이 출입하는 카지노는 특별법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다. 도박 산업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설득할만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법과 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힌 사이 샌즈는 투자처를 태국으로 바꾸고 떠났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불발 이후 정부가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을 통한 관광·마이스 거점 도시 도약을 제시하면서 복합리조트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의 핵심은 각종 특례를 적용해 부산 전역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나 미국 뉴욕을 능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의미다. ‘규제 프리존’에 힘입어 외자 유치가 수월해지는 한편 현행 관광진흥법상 불허된 오픈 카지노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부산은 다시 복합리조트 사업에 불을 지폈다. 랜드마크를 지향한다면 도시의 상징이 돼야 한다. 부산은 관광·마이스뿐만 아니라 영화·영상,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문화 콘텐츠 그리고 마리나를 활용한 해양레저 콘텐츠 등 타 도시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많다. 부산의 강점이 오롯이 녹아들어 그 자체로 부산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복합리조트라면 시민 공감대는 물론 해외 투자자에도 어필할 것이다. 중요한 건 기존 복합리조트와의 차별화다. 판박이여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차별화된 부산형 복합리조트의 청사진과 시민 공감대, 그리고 치밀한 추진 전략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미국 모히건이 2015년 영종도를 점찍은 뒤 정식 개장에 9년이 걸렸다. 부산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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