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 세대(2002년 이후 출생)의 군 입대 시기가 도래하면서 병역자원 급감이 본격화했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일 때 초저출생으로 분류하는데 그 시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게 2002년이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병력 50만 명’ 선도 1~2년 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은 병력 50만 명을 유지하려면 매년 22만 명을 징병 또는 모병해야 하는데 올해 20세 남자 인구가 22만 6000명까지 떨어졌고 2039년에는 15만 6000명으로 급감해 병력 40만 명 선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CNN은 지난해 말 ‘한국군은 인구 셈법이라는 새로운 적과 마주했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세계 최저 출생을 기록하는 한국이 지정학적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는 서태평앙 지역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충분한 병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병력 부족은 결국 잉여 병역자원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출발했던 병역특례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병역특례제도 개선 논의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징병제의 모병제 전환이나 여성징병제 도입에 대한 논란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체육·예술인요원 폐지 가능성
정부는 국방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병역특례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해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병역특례)제도는 도입 당시와 비교해 시대 환경, 국민 인식, 병역자원 상황 등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TF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은 국가 육성 산업 위주로 지원하고 공공보건의사 등 공익 분야는 국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인데 예술·체육요원에 대해서는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모병제와 여성징병제는 시기상조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병역자원 급감 등으로 혁신을 요구받는 병역특례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할 때가 됐다. 특히 공정과 형평성 논란의 중심에 선 예술과 스포츠 분야 병역 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가대표라는 프리미엄을 통해 연봉 상위 1% 안에 드는 부유한 프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는 현실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젊은이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병역자원을 연계할 정도로 수적으로 많지도 않다. 누군가는 개인의 영광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로 위로받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며 대리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특례 조건은 유지하되 일정 연령대까지 입대를 연기하고 은퇴 후 일정 기간 대체 근무를 공개적으로 하게 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체육 선수의 경우 단기 성과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국제 대회 출전 횟수에 비례한 병역 혜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누적점수제라면 한탕주의나 편법 면제 등에 대한 논란을 완화할 수도 있다. 이왕에 칼을 빼 들었으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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