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탈취 사태가 일본 정부의 AI 시대 데이터 확보를 위한 ‘순수한’ 목적이라면 이번 논쟁은 엉뚱하게도 한국 내 일본 지분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로 알려진 에스원과 일본 기업 세콤이 대표적이다. 연매출 2조 4000억여 원의 국내 대표 시스템경비 전문업체인 에스원은 전국 교도소 담장에 영상감지센서와 광센서를 이용한 전자경보시스템, 국방부의 전방 철책선 방어시스템, 비행장 무인경비시스템, 첨단기술 공장 보안 등 한국 군사·기술 안보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에스원의 대주주는 25.65%(2022년 기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보안 기업 세콤이다. 일본 기업이 대주주인 삼성 계열사인 셈이다. 상근 대표이사 부사장과 비상근감사에도 일본 세콤그룹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스원과 세콤의 서버 미러링 공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휴전선 철책선 등 국가의 민감한 기밀시설에 대한 출입과 모든 보안 사항을 일본 기업 세콤은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다.
최근 전국 50여 회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서 열린 한국무인경비협동조합 회의에서 부산 시티캅 정현돈 대표이사는 “일본이 네이버 라인을 빼앗아 가면, 삼성에서 세콤을 정리해 순수 국내 자본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세콤과 같은 경비업체가 관공서와 국방 기밀시설, 첨단 기업 등 한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경비시스템업체들도 서브 미러링 기술로 세계 곳곳에 클라우드 서버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한국의 모든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고 ‘국민 메신저’ 라인을 탈취하겠다는 도덕성과 상식 수준이라면, 어떻게 첨단 기밀과 군사시설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까. 빈약한 신뢰 기반에서 한일군사협력과 안보 정보 교류 등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단순히 이번 라인 사태를 뿌리 깊은 외부인에 대한 배격주의, 섬나라의 폐쇄성, 일본 우월주의 병폐 등 감정적인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가전, 반도체, 전자 부문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대만에까지 밀리는 상황에서 상처 입은 자존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자국 기술·인사·군사 안보와 AI 산업 경쟁 등 복합적인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물론, 우방국이라 칭하면서 한국 기업이 애써 쌓은 공로를 칭찬하고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탈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어느 나라가 일본을 ‘친구’라고 칭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일본에 엄청난 재앙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곤 전 닛산 회장은 일본에서 탈출한 뒤 레바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충고한다. 당장 일본을 떠나라.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라인 사태와 관련 일본 정부가 ‘일본 리스크’에 대해 스스로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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