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현 오무라시 번화가에 ‘매직 바 다쿠미’라는 상호의 이색 주점이 등장했다. 40대 이하 젊은 승려 4명이 차린 ‘스님 스나쿠’가 그 주인공. 스나쿠는 ‘스낵 바’의 일본식 준말로 종업원이 바를 사이에 두고 손님을 응대하는 방식의 주점이다. 중년 남성이 주 고객. 주점이긴 하지만 법당에 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난다. 승복 차림의 스님들이 손님을 응대하고 바 위에는 목탁, 아미타여래상, 향로가 놓여 있어서다. 손님이 원하면 분향도 할 수 있다. 주 메뉴는 고민 상담, 부 메뉴는 칵테일이다. 주류 메뉴는 불경에서 따왔다. ‘윤회전생’은 보드카로 만드는 칵테일 ‘스크루 드라이버’다. ‘데킬라 선라이즈’에는 ‘극락정토’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정토종과 조동종 소속 승려들이 의기투합해 술집을 차린 이유는 불교 신자의 감소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지역 사회와 사찰 사이에 접점이 상실되면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사찰은 사람들이 와서 고민을 털어놓으면 들어주고 해결을 돕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절을 찾는 발걸음이 줄면서 고민 상담을 매개로 한 관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민을 들어줄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주점을 열었습니다.” 취재 기자는 취기를 빌어 슬쩍 회사 선후배 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을 털어놨다. “인정 욕구가 너무 강한 게 아닐까요?” 무심결의 푸념이 인생 상담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입장한 손님들도 불교 장례 절차를 문의하거나 불교 용구 쓰임새를 놓고 대화를 이어간다. “관록이 묻어나는 스님 말투가 마음에 스민다”는 반응도 있다.
■ MZ 세대를 찾아 거리로 나간 불교
그윽한 조명의 카페 겸 바에서 승복 차림의 바텐더가 푸르고 흰빛을 띠는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아미타경의 ‘청색청광 적색적광 백색백광’ 구절을 이미지로 만든 칵테일입니다.”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번화가에 문을 연 ‘엥겔’은 ‘스님 카페 & 바’라는 콘셉트를 내걸었다. 젊은 세대와 만나기 위해 그들이 몰리는 거리 한가운데 들어간 경우다. 정토신종 혼간지파 소속 젊은 승려 8명은 ‘사찰종합연구회’를 통해 불교 이탈 현상을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지금까지 하지 않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 젊은 세대와 관계를 트지 않으면 부처님 가르침이 끊길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MZ 세대가 몰리는 번화가를 택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간단한 칵테일은 내지만 고기나 생선 안주는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사찰 요리법을 적용한 채식 메뉴만 갖췄다. 가지와 토마토를 사용한 ‘정진(精進) 피자’, 토산 된장을 사용한 ‘된장국 피자’ 등이다. 상담이 주를 이루지만 염주 만들기 체험, 불경을 베껴 쓰는 사경 이벤트도 개최한다. 젊은 층에 친근한 불교 이미지로 다가가는 게 목표다.
■ 텅 빈 유럽 교회, 호텔·클럽 개조
2000년 동안 기독교 문화의 중심이었던 유럽은 이제 기독교인의 감소로 텅 빈 성당과 교회가 늘고 있다. 미국 AP통신의 지난해 6월 보도에 따르면 신도의 발걸음이 끊긴 성당과 교회가 카페, 콘서트장, 클럽, 호텔, 암벽 등반장으로 바뀌고 있다. 벨기에 메헬렌의 성심수녀회 교회는 신도가 없어 2년 문을 닫았다가 카페와 콘서트장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인근 프란치스코 교회는 고급 호텔로 재단장했다. 수도 브뤼셀의 파두아 성 안토니 교회는 2023년 암벽 등반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교회가 문화, 레포츠, 접객 시설로 바뀌는 현상은 벨기에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전 유럽에 걸쳐 나타난다. 이와 달리 독보적인 콘셉트로 명소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맥주를 양조하던 수도원이 그 경우. 과거 순례자를 대접하는 한편 수도원 운영 경비 마련을 위한 맥주 양조가 지금은 지역 문화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벨기에 베스트말레 수도원(Westmalle Abbey)이다. 이 수도원은 듀벨과 트리펠로 유명한 ‘트라피스트(수도원) 맥주’의 원조다. 수도원 입구의 레스토랑 ‘카페 트라피스텐’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토산 음식과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데 외딴 전원이라는 불편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항상 손님으로 붐빈다. 지역민의 생활과 문화에 밀착한 덕분일 것이다. 독특한 점은 요청이 있으면 푸드 트럭에 음식과 맥주를 싣고 어디든 간다는 점이다. 종교가 속세와 동떨어지지 않고 사람들 속에서 살아 숨 쉴 때 생명력이 배가되는 사례로 읽힌다. 종교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추구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본연의 가치는 지키되 방편을 바꾸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뉴진스님이 던진 화두는 그 법명의 뜻 그대로 ‘어떻게 새롭게(New) 나아갈(進·진) 것인가’일 터. 탈종교 시대,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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