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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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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수년째 방치됐던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면서 온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미 세 자녀를 두고 있던 30대 친모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또 연이어 출산하게 되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초저출생 시대에 충격적인 ‘영아 살해’ 사건이 발생하자, 전국에서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참에 영아 불법 입양,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까지 망라해 영유아와 아동 보호를 위한 종합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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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아 살해 사건은 처음부터 경찰에 의해 밝혀진 게 아니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를 정기감사한 것이 실마리가 됐다.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무적자(無籍者)가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2236명에 달한다는 감사 결과가 그 시작이었다. 이 중 1%인 23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수원의 사례를 포함해 총 3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1명은 베이비박스에 유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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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와 함께 죽음을 꾀하는 일명 ‘가족 동반자살’은 요즘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이라는 용어로 바꿔 부르는 추세다. 어린 자녀의 생존권을 부모가 마음대로 박탈하는 살인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당시 부모가 처했던 상황과는 관계없이 부모에 의한 명백한 범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영아 살해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역시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물론 정부나 복지 기관 등의 공식적인 집계는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 살해 후 자신도 삶을 마감하는 사례는 2020년 12건, 2021년 14건이라고 한다.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0년부터 20년간 가족살인 범죄 보도를 분석한 결과, 부모의 극단 선택 전 살해로 숨진 자녀는 알려진 것만 175명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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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유령 아기를 출산 단계부터 막기 위한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해 출생신고 누락 자체를 막는 출생통보제의 도입은 전반적으로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반면, 산모가 익명으로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에 대해선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정부와 국회가 영아 보호를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선 만큼 곧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단기 처방은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영유아 정책에 관한 전반적인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출생 단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양육까지도 포함하는 종합적인 영유아 보호시스템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 영아 살해와 불법 입양,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은 사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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