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국내 최대 선사로 발전한 것은 한진해운의 퇴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7년 2월 국내 1위, 세계 7위의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최대 규모 선사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누적된 적자, 기업주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약화돼 해상 운송을 통한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물류대란에 시달리는 등 큰 충격을 받으며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진해운이 40년에 걸쳐 전 세계에 구축한 해양영토인 촘촘한 바닷길이 하루아침에 퇴출과 동시에 없어진 탓이다. 이에 자국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절감한 우리 정부는 같은 해 4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발표한 데 이어 2018년 7월 실질적 정책 수행 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5년간 국내 해운업 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은 예산은 무려 8조 9507억 원. 해운업의 가치를 간과해 한진해운 위기 사태에 적절히 선제 대응하지 못한 대가는 이같이 막대했다.
아무튼 그동안 국내 120개의 크고 작은 선사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받았다. 최대 수혜 업체는 2019년 2만 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2020년 1만 6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8척 확보 등에 금융 지원을 받은 HMM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HMM을 국내 1위, 세계 8위의 선사로 키우느라 수혈한 공적자금을 포함한 지원 금액은 모두 3조 원이 넘는다. HMM을 앞세운 한국 해운산업은 국가의 대규모 지원·투자에 힘입어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등 국제 경쟁력을 한진해운 퇴출 이전 수준 가까이 회복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