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부산 정치권도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당한 판결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정치적인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다.
다만 지역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육성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현안이 산적한 까닭에 여야의 극한 대립에 자칫 주요 사업들이 더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5일 이 대표 판결 직후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문을 쏟아냈다. 김희정(부산 연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 1년·집유 2년’ 4개 사건 중 하나에 대해서만 내려진 판결”이라며 “위증교사와 대장동 의혹 등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엄정한 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당 대표로 국민들께 사죄하는 것이 도리”라며 이 대표 사과를 촉구했다.
정동만(기장)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으로 죄를 덮고, 지지자 뒤에 숨어도 결국 그 죗값을 피할 수는 없다”며 “국민들을 속여온 것에 비하면 형이 가볍고 판결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의가 실현되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두 사람 외에 주진우(해운대갑), 정성국(부산진갑) 등 초선 의원도 이 대표 비판 대열에 합류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부산 민주당은 판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1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정치 검찰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판결이고, 국민들께서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해 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각 지역위원회는 다음 날인 16일 서울에서 진행된 세 번째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 부당한 판결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하을 지역위원장인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 참석 사진과 함께 “울고 싶었지만 결국 웃었다”며 “버스비 식대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새벽 1시 도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 집회에 함께 한 부산 사람들이 있기에”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 정의를 촉구하며 한번 더 다짐한다”며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부산 여야가 이 대표 판결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일각에서는 자칫 중앙발 이슈가 지역 핵심 사업들에 차질을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에서는 18개 지역구 중 17개와 부산 시정을 국민의힘이 쥐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어 양측의 협치가 없이는 주요 현안들이 진전되기 어려운 구도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선 여야가 부산 핵심 현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솟구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가 4개 사건 재판을 동시에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부산은 지금 청년 인구가 유출되고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산에서만큼은 정치의 기능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끊임없이 지역 발전 전략을 논의할 대화 채널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