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금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예고하면서 은행권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저축은행, 인터넷은행은 예금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한도 상향에 따른 보험료 인상으로 예금자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리는 예금자 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6개월 뒤인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보호 한도가 상향된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원금과 이자)을 돌려줄 수 없을 때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고객 수요가 옮겨가는 ‘머니 무브’ 예상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만기 1년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3.54%, 최고 금리는 3.80%(조은저축은행)다. 이달 1일 만기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3.60%)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지만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정기 예금 기본 금리는 2.50~3.42%, 상품별 최고 금리는 3.15~3.55%대에 형성돼있다.
앞서 한국금융학회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시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당국도 한도를 높이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오르겠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도 한도 상향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영업 범위가 비대면으로 한정, 디지털 뱅크런 가능성이 시중은행 대비 높다는 우려가 보수적인 기존 은행 고객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한도 상향으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 이번 한도 상향이 실질적인 예금주 혜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계좌에 5000만 원 이상 예금을 보유한 계좌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한 반면, 한도 상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은 전체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율(잔액 대비)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종합금융회사 0.15%, 저축은행 0.40%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보호 한도 인상 뒤 보험료율 인상을 다음 수순으로 본다. 결국 금융사가 금융 소비자에게 줄 예금 이자를 줄이거나 수수료를 올리는 식으로 높아진 예보료율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25일 법안소위를 열어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법안 마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한도 상향 시기 조정이 핵심 논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한도를 상향하되 실행 시기는 조정하자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자금 이동에 대한 위험이 있고, 부동산 PF 문제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시기에 제2금융권으로 돈이 몰리면 지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더 많은 돈이 보호되기에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몰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행 시기나 보험료율이 변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