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종씨 `나는 일군장교`부끄러운 과거 참회

입력 : 1999-03-01 00:00:00 수정 : 2009-02-15 14: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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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군복입고 중국 팔로군과 전투

현승종(80.사진) 전 국무총리가 일제 말엽 자신이 학도병에 가담한 뒤 일본군 장교로 임관해 중국 팔로군과 교전한 사실이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현 전 총리는 최근 연합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조부와 선친이 모두 의병과 독립운동가로 헌신했는데,내가 그에 반하는 일본군 소위와 학도병이었다는 사실을 그동안 차마 밝힐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현씨는 장교임관과 관련,"태평양전쟁이 말기로 치달으면서 3년 과정의 법학과를 2년6개월만에 조기졸업한 뒤 1944년 1월20일 학도지원병에 소집돼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서 혹독한 신병훈련을 받았다"면서 "해방이 되던 날 장교로서 중국 팔로군과 처음이자 마지막 교전을 했다"고 술회했다.

참전 당시 상황에 대해 현씨는 "정식 소위계급장을 달지 않은 가운데 함께 임관한 김병률씨와 각기 40명의 중대 병력을 이끌고 양쯔강 건너편의 남통에 진출해 팔로군 1개 사단과 맞부딪혀 포위됐으나 백병전으로 포위망을 뚫고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씨는 "조부와 선친은 조국광복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는데,나는 일본군의 옷을 입고 사실상 반대 진영에서 싸운다 싶으니 스스로의 기구한 운명에 착잡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며 당시의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의 조부 현희봉은 구한말에 의병장 유인석을 도와 의병활동을 했으며 부친 현기정은 한일합방 후 만주로 월경,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1929년 그곳에서 객사했다.현씨는 "전투에 참가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투 당일이 정식 소위계급장을 달기로 한 날로 해방이 되던 1945년 8월15일과도 일치해 나중에 묘한 감회를 느꼈다"고 말하고 "내가 일제의 패망사실은 안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고 회고했다.그는 "비록 자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일제 군복을 입고 총칼을 중국 팔로군에 겨눴던 것은 엄연한 사실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특히 기미독립선언운동이 펼쳐졌던 1919년생으로서 올해 3.1절 80주년을 남다른 심정으로 맞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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