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박태준의 두 얼굴

입력 : 2017-01-12 0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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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호 논설주간/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함께 받고 있지만 세종때의 명재상 황희는 청렴결백 했다.평민의 복장을 하고 암행감찰에 나선 세종이 한날 황희 집을 찾았다.담도 없는 초라한 단칸 집이었다.황희가 기거하는 방에는 정치 참고 서적 몇권 뿐이었고 방바닥엔 고급 장판대신 멍석이 깔려 있었다.검소하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황희를 보고 세종은 "멍석에 등을 대고 비비면 잔등이 시원하겠군요"하며 조크했다.청백리를 심복으로 둔 세종의 귀갓길 발걸음은 가벼울 수 밖에 없었다.율곡도 죽은 뒤에 남긴 재산이라고는 부싯돌 하나 뿐이었다고 한다.인조때의 명신인 "오리대감" 이원익도 비바람 조차 피하기 어려운 초가삼간에 살고 있었다.

국무총리 어떤 자리인가

황희가 벼슬자리 25년을 무사히 지낼수 있었던 것도,이원익이 두 임금을 섬기며 "일인지하,만인지상"이란 재상 자리를 네번이나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청렴결백하게 살았기 때문이다.왕이 비단 금침을 하사하자 이원익은 "명분없는 물품은 어느 누가 주어도 받을 수 없다"며 반려한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이처럼 우리의 옛 선비들은 강직하고 고결한 기품을 지녀 백성들이 흠모하고 따랐다.

이시대의 재상인 박태준 국무총리.언론에 비친 그의 일그러진 모습은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국무총리 어떤 자리인가.이나라의 모든 공직자를 지휘하고 부정과 비위를 감시하는 자리가 아닌가.청렴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공직자를 실망시키고 허탈에 빠지게 했다.주린 배를 움켜쥐고 IMF 위기를 극복해 가는 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분노하는 서민과 공무원

박태준은 누구인가.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는 과묵하고 소신 있는 지도자로 비쳤다.중구난방식 대책을 수립하는 경제각료를 호되게 질책하여 경제를 챙기는 총리로 보이기도 했다.한국을 세계 철강 강국으로 만든 "철의 인물"로 알려져 왔다.93년 대선과정에서 김영삼후보와 대립되면서 김후보(YS) 당선후 탄압을 받았다.국세청의 세무조사에다 검찰수사까지 받으면서 국민으로부터 동정을 사기도 했다.일본 망명시절 도쿄의 15평 아파트서 일본 지인들이 주는 병원비와 생활비로 연명한다는 현지 인터뷰 기사가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박총리의 "한쪽 얼굴" 모습이다.

"야누스"같은 그의 또 다른 한쪽 얼굴 모습은 어떠한가.일본서 호구지책으로 연명한다는 동정기사가 실린 바로 그무렵 포철회장때 받은 뇌물로 부동산을 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여러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세금을 내지않기위해 제3자에게 명의신탁을 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절세를 위한 "박태준식 수법"은 대부분의 국민이 잘 모르는 방법이다.일반 투기꾼이 자주 쓰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돈세탁에 기발한 절세법까지 동원됐으니 지능적인 범죄꾼을 뺨칠 정도 였다.

문제는 타락하고 후안무치한 정치지도자가 박태준총리 뿐이냐에 있다.뇌물 3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박총리는 95년 사면으로 공소기각되어 정치재개가 가능했다.박총리의 경우처럼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기소되었다가도 이내 사면혜택을 받아 뻔뻔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정치인이 이땅에 수없이 많다.박총리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국민 모두가 충격받고 분노한 "오늘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2의 박태준은 없는가

모두에서 밝힌 세명의 선비처럼 모름지기 지도자는 청렴해야 한다.선비의 수기치인 여덟가지 덕목은 청백,근검,후덕,경효,인의,선정,충성,준법이다.그중에서도 청백을 제일로 꼽고 있다.박태준 거세를 위한 정치적 "파워게임"이 있는지는 모른다.하지만 청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이상 박총리의 사퇴는 지극히 당연하다.박총리 사건을 계기로 하여 공직자 부패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박총리처럼 자신은 부정한채 남의 부정을 다스리려 하는 "두 얼굴"을 가진 권력자나 정치지도자도 깡그리 퇴출되어야 한다. ankio@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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