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때문에 창문도 못 열어'

입력 : 2004-07-22 09:00:00 수정 : 2009-01-12 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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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남쪽 해안 연일 짙은 안개… 주민들 큰 고통

21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안가 한 아파트 단지가 안개에 싸여 있다. 정대현기자 jhyun@

고층아파트 밀집지역인 부산 영도구 남쪽 해안가에 올 여름들어 짙은 안개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해 주민들에게 갖가지 생활 피해를 끼치고 있다.

22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주민들과 부산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장마가 닥쳐온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부산 영도구 남쪽 해안가 아파트 밀집지역에는 짙은 안개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들어 이 일대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남서풍이 장마전선과 만나 정체되면서 내륙과 해수면 등 온도차로 인해 아침 저녁으로 짙은 안개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층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이 일대는 전기 시설과 가전제품 사용으로 온도차가 생겨 안개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고도 395m의 봉래산과 고층아파트 등으로 인해 대기 흐름도 막혀 있어 주변 지역보다 안개 낀 날이 잦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갖가지 생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이 일대 H아파트 주민 김모(33)씨는 이달에만 벌써 두 차례 오디오가 고장나 수리점에 맡겨야 했다. 수리점 직원은 '오디오 내부에 습기가 차 있어 고장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피해는 김씨의 이웃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은 아침,저녁은 물론 낮 시간에도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진땀을 뻘뻘 흘리며 지내고 있다. 창문을 열어두면 집 안으로 안개가 밀려들어 가재도구가 눅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롱 등 가구 내부에도 습기가 들어차기 일쑤라는 것.

집집마다 제습기 구입이 잇따르면서 아예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제습기 판매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한 제습기 판매업자는 '이번 여름에 이 일대에만 제습기 30여대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일부 가정은 무더운 날씨에도 외출할 때마다 아예 보일러를 틀어놓고 나가는 등 고육책을 동원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안개는 거의 사라진다'며 '기온과 습도가 높아 짜증스러운 여름철에는 제습기 같은 가전제품이 유용하고 특히 해상 안개는 내륙에 비해 훨씬 깨끗하기 때문에 건강에는 크게 해롭지 않다'고 밝혔다.

김영한기자 kim01@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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