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종격투기 등 '싸움'에 열광하는 이유는

입력 : 2008-01-21 09:00:00 수정 : 2009-01-11 12: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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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폭력이 주는 '쾌감' 먹는 즐거움과 같아

지난해 말 최홍만 선수는 세계 최강 이종격투기 선수인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맞짱'을 떴다(사진). 최홍만이 결국 졌지만, 대한민국 남성들은 이에 열광했다. 이때 케이블TV 시청점유율은 절반에 가까운 무려 47.34%를 기록했다.

우리는 왜 싸움에 열광할까. 로마시대 검투 경기에서부터 지금의 이종격투기 시합까지 '싸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 평소 얌전한 사람들도 "한바탕 싸우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싸움'에 우리를 매료시키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팀은 이에 대해 '공격성'이 우리 뇌에 섹스를 즐길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심지어 약물복용 때와 비슷한 수준의 '쾌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연구를 내놓았다. 그래서 이종격투기나 권투, 프로레슬링 등의 폭력적인 스포츠에 열광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공격성은 암컷이나 영토, 음식과 같은 중요한 자원을 지키고 획득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며 "인간의 뇌가 섹스를 즐길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쾌감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만큼이나 폭력적일 때에도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설명했다. 폭력이 다른 폭력을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한 쌍의 쥐가 거주하는 우리에서 암컷을 빼고 다른 수컷을 넣자 '집주인' 수컷이 '침입자' 쥐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우리 안에 특별한 장치(방아쇠)를 넣고 집주인 수컷이 이 특별한 장치를 코로 찌르면 이방인 쥐가 들어가도록 했다. 그러자 집주인 쥐는 하루에 한 번 꼴로 방아쇠를 눌려 '이방인' 쥐가 들어오도록 해 격투를 즐겼다.

그런데 연구팀이 '집주인' 쥐에게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을 주입하자 침입자가 들어오도록 충동하는 횟수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호전성은 '본능'과 가까운 자리에 놓여 있다"며 "공격적일 때 뇌로부터 일차적인 쾌감보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격성은 사실 우리의 '원시' 뇌에게 쾌감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폭력은 현행법과 윤리도덕에 의해 '더 고통스런 처벌과 죄책감'을 초래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똑똑한 마초'들이 되어 있다. 즉 직접 싸우는 위험 및 부담보다는 이종격투기 시합이나 축구를 대신 보면서 '도파민이 주는 쾌감'을 즐기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누리고 있는 문명과 사회 질서의 깊은 속내이다. 그것이 인간 문명의 야만적 측면이자 승화적 측면이다. 이번 연구 내용은 미국 정신약리학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임원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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