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산~호거대 구간 등산로는 신선봉을 중심으로 하는 반원형이다. 능선 어디에서나 왼쪽으로 보면 신선봉의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아, 덥다."
꽃구경과 함께 짙어가는 봄을 즐기다 무심코 내뱉은 이 한마디가 이제 일상어가 돼 버렸다. 능선길을 따라 산을 오르는 즐거움이 어느샌가 햇살의 뜨거움으로 인해 고통으로 변하면서 그늘진 사면길을 찾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다. 한참 이상고온이 지속되다 비가 온 뒤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봄 산행이라 하기에는 계절이 변해도 많이 변한 것만은 분명하다.
뙤약볕 피해 즐길 수 있는 '여름 코스'로 제격
호거대서 옹강산·신선봉·운문산 등 '한눈에'
목덜미가 따가워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혹시 물이 떨어질까 두려워 몇 리터씩 지고 헉헉대며 올라가기 시작하노라면 어디 여름철에 맞는 등산 코스가 없을까 하고 꾀를 부리고 싶어진다.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이 마련해 주는 그늘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단걸음에 해치울 수 있는 그런 코스. 아침 일찍 출발했다면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시원한 오전에 산을 탄 뒤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글 수 있는 그런 코스.
갑자기 무더워진 날씨 탓에 한여름에 소개할 만한 등산코스를 좀 더 일찍 찾아보기로 했다. 변덕스러워졌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아예 아열대 기후화한 날씨로 인해 꽃산행을 비롯한 계절별 산행 타이밍을 잡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푸념과 함께.
이런저런 이유로 산&산 팀이 경북 청도군 방음산(해발 581m)~호거대(해발 507m) 코스를 택한 것은 여름 산행을 일찍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이 코스 가운데 호거대 부분은 지난해 11월 산&산 183회 호거대~귀천봉 코스에서 일부를 다룬 적이 있다. 당시의 산행 테마는 쌀쌀해진 날씨를 맞아 6시간 이상 내달리는 산행코스 개발. 여름철을 염두에 둔 이번 산행과는 초점이 완전히 달랐다. 산행을 해 보면 느낄 수 있을 테지만 이번 코스는 뙤약볕을 피해 단걸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기에는 아주 적절하다. 산행 날머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운문산과 가지산에서 발원한 물이 합류하는 시원한 계곡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산행은 방지초등학교 문명분교~전망바위~방음산~전망바위2~호거대~전망바위3~명태재~운문사주차장 코스를 따라 이뤄진다. 휴식 포함 3시간30분이 걸린다. 산행은 9번 도로를 따라 운문령을 넘어 한참 가다 보면 마주치는 방지초등학교 문명분교에서 시작한다. 신원교를 건너 솥계식당 옆 기와집 사이 골목이 들머리. 담벼락 사이로 2분쯤 들어가면 곧바로 된비알이 나타난다.
다리가 팍팍한 경사 길이지만 나뭇잎이 햇빛을 적절히 막아주기 때문에 무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8분 뒤 이장한 무덤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어 산길을 계속 올라간다. 왼쪽으로 지룡산의 한 줄기인 신선봉이 도드라진 암릉으로 인해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장면이 멀리서 눈에 들어온다. 그 왼쪽으로는 옹강산의 모습도 보인다.
7분 뒤 무덤을 지나고 다시 3분을 더 가면 첫 번째 전망바위. 산행 들머리의 모습과 함께 문명분교의 모습까지 또렷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바위에서 발을 재촉해 6분을 더 간 곳에서부터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완만해지는 경사 길. 2분 뒤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운문사 주차장으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므로 방음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직진해야 한다. 잠시 후 다시 왼쪽 사면길로 평지를 걷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10분가량 무덤군을 지나 다시 5분을 더 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갈림길. 오른쪽은 무적암으로 가는 길이므로 왼쪽길을 잡아 능선을 타고 방음산으로 향한다.
오른쪽 아래로 멀리 방음리의 모습을 보면서 능선길 걷기를 30분. 잘록이인가 싶은 왼쪽으로 방음산 정상석이 보인다. 이곳에서 남동쪽 가지산 방향을 바라봤을 때 중간쯤 높이에 보이는 흰색 암릉이 바로 호거대다. 방음산 정상석 아래에는 큰 짐승이 살았을 법한 풍혈이 나 있어 이채롭다.
방음산 정상을 지나 내리막길을 7분쯤 가면 잘록이를 지나 갈림길이 잇따라 세 개가 나타난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는 직진, 두 번째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가면 된다. 세 번째 갈림길도 왼쪽으로 꺾어서 가야 호거대 방향이다. 다른 길은 까치산이나 610봉 방향으로 가는 길이므로 지도를 잘 참조한다.
잠시 후 두 번째 전망바위. 오른쪽으로 대비저수지와 대비사가 눈에 들어온다. 다시 직진해 25분을 더 가면 마침내 이번 산행의 백미인 호거대에 닿는다. 쇠사슬을 붙잡고 조심조심 6m 높이의 바위를 오르면 사방 어느 한 곳도 막힘이 없는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북쪽 옹강산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선봉, 지룡산, 상운산, 살바위, 가지산, 운문산, 억산의 모습을 잇따라 즐긴다.
눈이 즐거운 잔치를 마치고 나면 다시 바위를 내려와 이제 하산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6분 뒤 세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고 다시 7분을 더 가면 명태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왼쪽으로 길을 꺾어 내려가야 운문사 주차장 방향이다. 체력이 남는 산꾼들은 직진해 억산 방향으로 산행을 더 해도 좋을 것이나 여름산행을 테마로 산을 타는 등산객들은 왼쪽 하산길로 내려서는 것이 좋다. 오른쪽은 대비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지그재그로 난 산길을 따라 15분을 내려가면 평평한 산길로 접어든다. 4분 뒤 오른쪽으로 계곡물을 막아 놓은 둑을 지나고 8분가량을 더 가면 운문사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그늘이 없어 햇살이 뜨거울 것이지만 산행 내도록 봐 왔던 신선봉의 기묘한 모습을 바로 그 밑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보너스가 있으므로 즐거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