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 경북 청도서 철가방 극장 여는 전유성

입력 : 2011-05-14 16:27:00 수정 : 2011-05-20 07: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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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아이디어뱅크' 코미디 배달갑니다

 
띵똥. 문자 메시지가 떴다.

오전 5시 36분이다. 도대체 이 새벽에

문자 보내는 인간이 누구야? 전유성이다.

'1일 오전에 만났으면 한다'고.

답답한 놈이 우물 판다고,

곧장 답장을 보냈다. '넵!'

개그맨 전유성(62). 1969년 데뷔했으니 '구라' 경력 42년이다.

그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하루에 치는

일정량의 구라가 있어 양에 차지 못한다

싶으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전 공복에 치는 구라보다

식후에 치는 구라에 더 애착을 갖는단다.

아예 '잡담의 날'을 국경일로 정하자고 한다.

'잡담의 날이 있는 나라 한국으로 오세요.

잡담 싫어하는 사람도 존중해서

잡담금지구역도 따로 정하고요.'

(왜 잡담과 구라를 혼용하는지는 따지지 마라.

인생에서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전유성의 구라는 구라로 끝나지 않는다. 1995년 서울 인사동에 '학교종이 땡땡땡'이란 교실 분위기의 카페를 열어 대박이 났고, 심야극장과 심야볼링장의 출현도 그에게 힘입은 바 크다.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등등 베스트셀러를 남발하기도 했다. 컴퓨터 전문서적에서 일본어 서적, 여행서적에 이어 삼국지 패러디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펴낸 책만 33권이다.

2007년 불현듯 경북 청도에 내려와 작은 교회 건물을 고쳐 카페로 꾸몄다. 짬뽕과 피자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주메뉴로 하는 '니가쏘다쩨'란 카페다. 그가 카페마저 처남에게 넘기고 또 다른 사고(?)를 쳤다. '현장 검증'을 위해 경북 청도로 향했다.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4D 극장  
왜 40석밖에 안되냐고?  
작게 만들어서  
크게 채우자는 거죠 
'코앞에서 자빠지고…  
정말 웃깁니다'

바람난 수녀님(?)

풍각시장에 풍각쟁이들이 떴다. 회오리 안경에 안전모를 쓰고 '안전제일'이란 펜스를 어깨에 멘 노동자. 미장원에서 금방 머리를 말다가 뛰쳐나온 듯한 아낙, 검은 수녀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수녀님까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지난 1일 오전 10시 경북 청도군 풍각면 풍각시장에 스무 명 남짓한 젊은이들이 트로트 가락에 맞춰 해괴한 동작을 해댄다. 안전모 쓴 노동자는 좌판의 오이를 집어들어 마이크 삼아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그걸 본 밤무대 가수는 당근을 집어들고 열창을 한다.

지르박으로 리듬이 바뀌면서 수녀님은 지나가던 할아버지와 스텝을 밟고, 경찰과 여공, 합기도 관장과 채소 아지매가 짝을 이뤄 서로 돌리고 돌린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전유성이 이런 말을 던진다. "야! 이제 싸움하는 장면 연출하고 끝내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펜스가 날아다니고, 서로 치고받으면서 난장판이 연출됐다. 빵 터졌다. 사람들은 시장 바닥에 흘린 배꼽을 줍느라고 정신줄을 놓았다.

전유성은 일부러 그 광경을 보여줄 심산으로 1일 오전에 보자고 한 거였다. 전유성이 먹이고 재우면서 개그를 가르치고 있는 코미디 시장 단원들의 공연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시장에서 '난리 블루스'를 춘 이들은 전유성의 코미디시장 2기생들이다. 개그맨이 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20~30대 젊은이들이다. "70명으로 시작해서 20명 남았지. 얘들이 스타가 되면 청도로 예명을 바꿔주려고 해. 김청도 이청도 박청도 이렇게 말이야."

신봉선, 안상태, 박휘순, 황현희 등 요즘 잘 나가는 개그맨들이 전유성의 코미디시장 1기생 출신이다. "개그맨 시험 낙방한 친구들을 선착순으로 뽑아서 2년 동안 교육했던 거야."

 

풍각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유성의 코미디시장 2기 단원들.

나는 개그맨이다

풍각시장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난 뒤 본격적인 전유성 탐구에 들어갔다. "새벽잠이 없는 건가요? 꼭두새벽에 문자를 보내셨던데요."

"원고 쓸 일이 있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벽에 보낸 문자에 대한 퉁명스런 답이다. "새벽 4시 반까지 술 마시기도 해. 그때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걱정해. 오전 7시에 생방송이 잡혀 있는데 어찌할 건가 싶어서지. 그래도 프론데. 펑크 낸 적은 없어. 아마 딱 한 번 방송 펑크를 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언젠지 기억은 안나."

개그맨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그는 천생 개그맨이다. "지리산 노고단 일출을 보러 간 적이 있었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 올라갔지.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일출은커녕 눈만 펑펑 내리는 거야. 사람들이 탄식하기 시작했지. 나도 김이 샜어. 김이 새서 10분쯤 내려오다가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 거야. 실망할 게 아니라 내가 개그맨임을 밝히고 '펄펄 눈이 옵니다', 이 노래를 불렀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 노래를 불렀으면 수천 명의 사람이 따라 불렀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랬으면 눈이 오거나 일출 산행 때 그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다시 떠오를 거 아냐. 개그맨으로서 직무유기를 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던 순간이지. 그런 일들을 하는 게 개그맨이라고 생각해. 개그맨은 동네를 변화시키는 사람이야. 즐거운 일이 생기는 것의 중심에 개그맨이 있어야 한다는 거지."

개그콘서트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더랬다. "이젠 또 새로운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거야. 코미디도 배달하겠다는 거지. 철가방이 배달의 대명사잖아." 철가방. 그랬다. 불원천리하고 기자가 그를 만나러 온 이유는 '철가방' 때문이었다. 

경북 청도군 성곡댐 인근에 톡톡 튀는 '철가방' 모양의 극장을 개관하는 개그맨 전유성. 공연 전에 소맥 한 잔씩 돌릴 생각이라 했다.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극장

20일 오전 11시 개관식을 하는 '전유성의 코미디 철가방 극장'. 줄여서 '코철'.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651번지라고 내비게이션을 치면 찾아올 수 있는데, 극장의 외관이 워낙 튀기 때문에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가 없다.

중국집 철가방이 어마어마한 크기로 버티고 있다. 반쯤 연 철가방 속에는 간자장과 짬뽕이 쏟아져 내리고, 젓가락과 고춧가루통, 식초통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결정적으로 높이 5.2m라는 소주병이 반쯤 기울어진 채 붙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철가방이다.

객석은 40석이다. "왜 40석밖에 안했느냐고. 도시에서도 100석 온전히 채우기 어려워. 100석 공간에 서른 명밖에 안 차면 배우들도 공연하기 싫어해. 작게 만들어서 크게 채우자는 거지."

외관도 외관이지만 극장 내부도 전유성 아니면 발상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래 보여도 4D 극장이야." 어설프지만 그랬다. "배우가 재채기하거나 침을 튀기면 객석에서 얼굴로 바로 느낄 수 있어. 객석 의자에 장치된 구멍 보이지. 침을 튀기면 그 구멍을 통해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거야. 비가 내리는 장치도 구현돼."

천장을 보니 수십 개의 노즐이 일렬로 매달려 있었다. 예서 그치지 않았다. "폭포가 떨어지는 장치도 해 놨고, 바닥에선 분수도 올라오도록 해 놨어."

그러더니 무대 뒤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무대 뒤가 열리도록 해놨어." 막을 걷은 무대 뒤편은 커다란 통유리로 마감했다. "저 앞에 당산나무 보이지. 공연 마지막에 무대의 막이 올라가면서 그 당산나무에 조명을 비출거야. 보름에 맞춰 달이 호수에 떨어지고, 조명이 비친 당산나무 옆에서 춤을 출거야. 무대가 열리면 객석에 앉아서 800m 떨어진 곳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는 거지.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라는 게 허풍이 아니야."

자랑하고 싶은 건 이것뿐만 아니었다. "배우가 객석 위에서 내려오기도 할 거야. 무대막도 대극장에 있는 것들까지 다 갖췄어. 조그만 공연장이라고 얕보지 말라는 거지."

 

자장면처럼 코미디도 배달됩니다

시골에 덩그러니 철가방 극장을 만든 건 이젠 코미디도 자장면처럼 배달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코미디를 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TV에서만 봤다고 그래. 도시 사람들이야 공연장에서 본 적도 있겠지만, 시골에선 그런 기회가 거의 없어. 장터에서 각설이들이 음담패설 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웃는 건 안타까운 일이야. 그걸 코미디라고 착각하게 해선 곤란하지. 그 기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양질의 코미디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 코미디극장은 그래서 도시보다 시골에 있어야 해."


바가지 깨듯 고정관념 깨고 삽시다


그렇게 만든 '코철'의 광고 카피가 이랬다. '바로 코앞에서 자빠지고~ 정말 웃깁니다'

개인 예약은 자장면 한 그릇값 4천500원을 받을 작정이라고 했다. (우리 동네는 자장면 한 그릇에 4천 원인데 왜 500원 더 비싸냐고 따지진 말 것.) 주문 예약은 곱빼기 값 7천 원을 받는단다. 단 40명분은 다 내야 하니 한두 명이 와도 28만 원이다. 광고 문구에 이런 게 있었다. '동창회 계 모임 아내 생일에 아내 친구들만 불러서 예약하는 멋진 남편이 되십시오. 일 년이 편해집니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2시와 5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 5시. www.comedymarket.kr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신 개념 '구라' 치는
 대한민국 천생 개그맨
"식상한 건 범죄행위
 그런 걸 보면 화가 나

지금은 동호회 시대

코미디 보겠노라고 산 넘고 물 건너서 시골구석까지 찾아올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 기자도 육십두 살 먹은 나를 보러 여기까지 왔잖아요. 내 신조가 '분수를 지키자!'예요. 못할 것 같았으면 아예 엄두도 안 냈지."

그 묘한 자신감의 근원에 '동호회' 이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연과 학연의 시대는 끝났고 동호회로 모여야 하는 네트워크 시대가 됐어. 공항 대기실에 가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여성하고 70대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서 담배를 빠끔빠끔 피우잖아. 바로 공항에서 담배 피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동호회야. 그들치고 억지로 끌려온 사람 있느냐고? 자연스레 일종의 연대감이 생기는 거지. 이를테면 흡연실을 키우자, 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결정타가 날아왔다. "담배를 끊은 지 3개월쯤 되는 사람들만 모아 금연 강의를 하는 거야. 필까 말까 하는 사람으로 구체적인 대상을 잡으면 그냥 금연 강의보다 사람들이 더 올 거야. 원형 탈모 2.5㎝ 이상 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한다고 하면 2㎝ 되는 사람도 가도 되나 그러면서 문의전화도 오고 그럴 거 아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전유성의 동호회 이론 앞에 형님하고 넙죽 엎드리지 싶었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동호회가 있어. 이들을 잘 엮어낼 수 있는 공통 분모만 있다면 공연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 철가방 모양에 호기심을 갖고 코미디를 직접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동호회라면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봐."

코미디 시장 2기생들이 주축이 돼 '코철'에서 보여줄 공연은 싸움을 주제로 한 장편 코미디.

"싸움의 모든 형태를 코미디로 보여줄 거야. 기본적으로 불구경하고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잖아. 평상시 못 보던 거니까 말야."

그의 구라는 쉼없이 이어진다. "보통 7~8분짜리 코미디만 봤지 1시간 20분짜리 장편 코미디는 본 적이 없을 거야. 코미디도 장편으로 꾸미면 훨씬 더 깊이 있고 재미가 있어. 장편이지만 토막으로 잘라서 독립 코미디도 가능하게 연출을 했지. 뺐다 끼웠다 하는 거니까 서랍식 코미디지."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건물 외벽에 거대한 소주병이 있어서 넌지시 물어봤다. 여기선 술 마셔도 되는 건가요? "술도 마실 수 있도록 할 참이야. 소맥 한 잔씩 돌릴 거야. 여기까지 찾아오신 관객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들이냐고. 술 약속도 뿌리치고, 이런저런 난관을 다 극복하고 공연장까지 찾아오시는 거잖아. 휴대폰 꺼란 말도 안 할 거야. 다른 곳에서 비슷한 말을 귀가 따갑도록 수십 차례나 들은 사람들이잖아." 알아서들 할 텐데 뭔 걱정이냔 거였다.

금기는 깨라고 있는 법이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아이들이 떠들어도 혼내지 않는 클래식 콘서트인 '얌모얌모 콘서트'. 애완동물의 문화생활 향유를 기치로 내세워 해외토픽에도 올랐던 '개나 소나 콘서트'도 기획했다. '개나 소나 콘서트'는 청도 특산물인데, 올해도 말복 즈음에 콘서트를 열거라고 했다.

 

청도 삐끼

전유성은 트위터에서 '청도 삐끼'임을 자처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청도에 온 이유를 묻는 말엔 '그냥 왔다니까요. 수백 번 말했습니다'라고 역정을 낸다. "많은 사람이 청도 내려갔다고 하면 무슨 연고가 있어요, 라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연고가 있어야만 어딜 가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해. 그것도 선입견인 거지."

'청도 삐끼'인 그는 패션디자이너 최복호가 개척한 청도 몰래길에 사자가 산다는 전설까지 뚝딱 만들었다. 전설까지 손수 만들었으니 몰래길도 자주 가지 싶었다. "걸어서 몰래길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소개해 달라고 하면 할 수 없이 가기도 하고, TV에서 촬영한다 하면 걸어가기도 하고." 참 솔직했다.

 

고정관념은 범죄행위

"식상한 건 굉장히 싫어해. 그런 걸 보면 화가 나지. 나 자신이 엉뚱하단 생각은 안 해. 남이 안 하던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전례가 있는 일을 따라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점심을 먹다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난 군대 굉장히 재미있게 지냈거든. 오죽하면 내가 동생 대신 예비군 훈련에 갔겠어. 하루에 1만 원씩 계산해서 5박 6일 갔다 오고 했잖아. 텐트치고 캠핑하는 기분이었어. 예비군 훈련하러 갈 때 버너하고 먹을거리를 잔뜩 챙겨갔거든. 밥하고 찌개 끓여 소주 마시면 1시간이 후딱 지나가. 그러면 중대장이 와서 혹시 대대장님 드릴 게 있느냐고 묻기도 해. 이게 포인튼데, 나도 다음에 가져와서 그렇게 해야지, 라고 수십 수백 명이 다짐을 하는 데도 다음에 그걸 가져오는 놈이 없는 거야."

그런데, 예비군 훈련장에 버너를 가져가도 됐던가? "예비군 훈련에 버너 가져오지 말란 말 있어? 그런 규정이 없잖아. 그걸 가져올 생각을 아무도 않는 거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해, 실행에 옮겨야지. 그의 구라는 누구 말처럼 단순히 웃고 즐기는 구라가 아니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새로운 개념의 구라였다. 중학생 때부터 돈키호테란 별명이 붙었던 그였다.

 

신문배달여행

'남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쓸 정도로 그는 여행을 자주 다닌다. 여행도 일종의 고정관념 깨기다. "해수면이 높아져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투발루에 간 적이 있어. 가장 궁금한 게 교도소였지." 해외여행 가서 교도소가 제일 궁금하다니,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이다. 투발루 말고도 해외여행에서 교도소를 찾아간 적이 몇 번 더 있었다고 했다.

"투발루에는 폭력 살인 성폭력으로 검거된 죄수 셋에 간수 다섯이 있었어. 필요한 게 뭔지 물어보고 쇼생크 탈출 DVD와 빠삐용 소설책을 보내줬어."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해외여행 가면서 남들 가는데 똑같이 가는 건 신문배달여행이라고 생각해. 너 여기 왜 왔니, 그러면 십중팔구 남들이 좋다고 해서요, 이런 말이 나오거든."

상대방과 몇 합만 겨뤄보면 견적이 나온다. 나보다 센 놈, 아니면 약한 놈. 전유성은 확실히 전자다. 얼굴에 웃음기도 없이 진지하게 구라를 치는데, 가히 다르게 생각하기와 고정관념 깨기에서는 달인의 경지였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를 구라에 능통한 구루(인도에서 스승을 칭하는 말)로 인정하기로 했다.   글=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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