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풍산, 해운대 미래 전략까지 주물럭

입력 : 2012-02-07 10:57:00 수정 : 2012-02-07 11: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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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에서 바라본 개발예정 부지. 가운데 동그란 건물이 돔구장. 부산발전연구원 제공

돔구장을 내세워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공장 터를 개발하려는 풍산그룹(부산일보 3일자 1·3면 보도)의 사업 계획이 해운대지역 장기발전계획으로 추진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시 산하기관인 부산발전연구원(이하 부발연)과 해운대구가 이 같은 시도를 한 것은 풍산 측의 로비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구는 부발연에 용역을 맡긴 '2030 해운대 비전과 전략 장기발전계획'을 지난해 초 채택했다. 그런데 이 계획의 '10대 핵심 주요 전략사업' 제1과제로 제시된 석대지구 '해운대 드림시티' 조성 사업이 풍산이 추진 중인 돔구장 개발 사업과 거의 흡사하다. '해운대 드림시티' 조성안은 2020년까지 6천646억 원을 들여 돔구장을 포함한 종합 스포츠파크 건립, 글로벌 메디컬 콤플렉스 조성, 공공주택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전제 조건은 반여동 풍산 공장 터의 그린벨트 해제이다.

'드림시티'조성안 알고보니 반여동 개발사업과 유사
시·구청·부발연에 로비 의혹… 결국 1년 만에 폐기


그러나 해운대구는 '2030 계획'을 세운지 채 1년도 안 돼 '드림시티' 추진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용역을 추진한 해운대구 고위 간부는 "부발연 용역 보고서를 자체 검토해 보니 그린벨트 해제 문제와 막대한 예산 문제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 내부적으로 사업을 접었다"고 밝혔다. 지역 핵심 사업 계획을 단 1년 만에 폐기한 것은 처음부터 무리하게 드림시티를 최우선 전략사업으로 선택했다는 증거이다.

'해운대 드림시티'에 돔구장이 포함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구청 측은 풍산의 개발안이 '2030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등장한 것이 부발연 연구진들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청 측은 "풍산에서 돔구장 건설사업을 제안 받은 시가 이미 부발연에 사업 검토를 시킨 상태였다"며 "시가 추진한다고 하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검토 차원에서 이 계획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발연 관계자는 "부산시나 풍산, 해운대구 측으로부터 어떤 부탁도 받은 바 없다. 돔구장은 지하철과 연계해 해당 지역에 인력을 집결시키기 위해 좋은 소재였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작성되던 2009~2010년 공교롭게도 풍산 측이 돔구장 개발을 위해 왕성하게 부산시장, 해운대구청장, 부발연 관계자 등을 만났다고 밝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풍산이 그린벨트 해제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와는 이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풍산 부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공식 검토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담당자가 부산에 내려와 풍산 부지 일대를 직접 답사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심층기획팀= 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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