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나무들이 도열한 내리막 산길을 내달리면 산악 자전거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비포장길의 울퉁불퉁한 질감이 핸들을 통해 가슴과 척추까지 그대로 전달된다.이번 주 '부산 근교를 달리는 자전거'는 경남 양산시 상북면과 하북면 일대를 달렸다. 상북면 내석리에서 출발해 가지산도립공원 언저리를 빙 둘러 하북면 통도사 방면으로 내려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산 중턱을 휘돌아 나가는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울리고, 비포장 길과 포장도로가 뒤섞이는 구간이다. 해발 137m에서 출발해 462m까지 올랐다가 다시 60m까지 내려간다. 업다운이 심해 체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코스다.
출발지는 상북면 내석리 노인정이다. 노인정 옆에는 시멘트로 만든 구조물에 기와로 지붕을 이은 내석정자가 있다. 정자에 앉아 장비를 점검한 후 산 언저리를 향해 천천히 출발했다. 구불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우전교를 지나니 가파른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는다. 미처 몸도 풀지 못한 상태에서, 가팔라도 너무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오르막길은 고개 몇 개를 구불구불 감아 오르면서 한참을 뻗어 있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는 일은 누에의 일상사와 비슷하다. 기자가 어린 시절, 할머니는 집에서 누에를 키웠다. 평평한 나무판 위에 살던 누에는 오물거리며 뽕잎을 갉아 먹는다. 먹는 속도가 하도 느려서 그 많은 뽕잎을 언제 다 먹을까 싶지만, 서너 시간 후면 뽕잎은 줄기만 앙상하게 남는다. 먹을 만큼 먹은 누에는 허연 몸뚱아리를 꿈틀거리며 가는 비단실을 뒤로 뽑아낸다.
오르막길은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느리지만 집요한 누에처럼 꿈틀거리며 전진하다 보면 야금야금 줄어들게 마련이다. 뒤돌아보면 길은 비단실처럼 자전거 꽁무니 뒤로 빠져나간 상태다. 누에의 몸을 통과한 뽕잎이 값비싼 비단실이 되듯, 힘들게 뽑아낸 오르막길은 벅찬 성취감을 안겨 준다.
오르막길을 10분가량 오르다 갈림길을 만나면 다리를 건너 오른쪽 청운사 방면으로 계속 오르막길을 탄다. 다리 밑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는데 물이 맑다. 급할 것 없기에 잠시 휴식하며 땀을 씻는다. 청운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계속 오르막길을 따라 간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번갈아 펼쳐진다. 몇 개 갈림길이 있지만 직진한다는 기분으로 올라가면 된다.
1시간가량 달리다가 해발 462m 지점에서 오르막길이 끝나고 길이 완만해진다. 이 지점에서 임도 갈림길이 나온다. 코스를 잘 잡아야 한다. 기존 임도를 버리고 유턴 하다시피 해서 내리막길을 탄다. 제주도에서 흔히 대문으로 쓰는 가로막대가 길을 막는다. 잠시 '들바'에 의존해야 한다.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소나무들이 도열한 임도를 내리꽂듯 50분 가까이 달린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임도의 질감이 핸들을 통해 팔과 척추로 그대로 전달된다. 급하게 굽은 길에서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반복하며 스릴을 만끽한다. 아름드리 굴참나무, 소나무들이 길 옆으로 도열해 있다. 주의할 점은 길 안쪽으로 늘어진 나뭇가지다. 속도를 내며 달리다 가지에 목이 걸려 다칠 수 있다.
비포장 임도에서 포장 임도로 합류하면 곧 금수암 입구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 꺾어 2차로 포장도로를 탄다. 여기서부터 포장길을 달려 원점으로 향한다. 지나왔던 길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거리가 남았지만 평지길이라 난도는 높지 않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입, 다시 150m 더 진진해 세심교를 지나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지산마을을 향한다. 길가에는 논들이 층층이 펼쳐져 있다. 금방 모내기를 마친 논에서 벼들이 연약한 몸을 세우고 안쓰럽게 자라고 있다. 지산마을 버스정류장과 통도환타지아를 지나 대영파크맨션 뒤로 돌아나오면 통도사 입구다. 15분 소요. 영축총림 통도사에 대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가?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일주문을 통과해 통도사를 한 바퀴 돌았다. 통도사까지 가는 길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통도사를 빠져나와 충렬로를 타고 30분가량 달리면 길 왼편으로 '양산방가든'이라고 적인 입간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 시멘트 포장길로 접어들어 외성리 방범초소, 7508부대를 지나면 원점이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도움말=김진홍 자문위원(MTB랜드 대표)·이창형 교수(양산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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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산 상북~하북면 코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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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산 상북~하북면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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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산 상북~하북면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