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의 유쾌한 반란은 계속된다 쭉~

입력 : 2013-08-08 08:06:44 수정 : 2013-08-08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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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과협회 부산시지회 윤우섭 기술위원장이 금정산성막걸리를 부어서 빵 반죽을 만들고 있다.

부산의 동네 빵집들이 뭉쳤다. 부산지역 400여 곳의 동네 빵집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제과협회 부산시지회가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빵 레시피 145가지를 집대성한 레시피북을 공개한 뒤 이 중 5종류를 1일부터 공동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정산막걸리깨빵' '미역식빵' '현미토마토식빵' '그린빵' '호밀빵' 등 건강빵 5가지가 그 주인공. 조만간 새우를 비롯해 해산물을 넣은 조리빵도 공동판매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부산 빵'이 나올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우선 빵맛을 보았다!


■막걸리, 미역, 토마토로 만든 빵

빵 반죽을 하려는가 싶었는데, 돌연 막걸리통 뚜껑을 열더니 밀가루 위에 주욱 부었다. 물 대신 막걸리로 반죽을 한다고?

대한제과협회 부산시지회 윤우섭 기술위원장은 "막걸리 덕분에 발효가 더 잘된다"고 설명했다. 발효가 잘된 빵은 소화도 잘되고, 맛과 향도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금정산성막걸리로 만든 깨빵
기장미역 분말을 넣은 쌀빵
대저 토마토로 만든 식빵…
건강에 소비자 입맛까지 잡아
제과협 부산시지회 기술 전수
빵집마다 다양한 손맛 기대


균이 살아있는 한국 민속주 1호인 금정산성막걸리를 반죽에 사용해서 구워낸 빵이라면 대체 어떤 맛일까? 한 점 떼어내 씹었다. 미세하게나마 막걸리의 시큼한 향이 느껴졌다. 물론 200도가 넘는 고열에 굽기 때문에 알코올 성분은 사라지고 없다. 

부산의 한 동네빵집에 진열된 지역특산물 빵 5종류.
'금정산막걸리깨빵'을 우걱우걱 씹다가 돌연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술빵이 떠올랐다.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킨 그 술빵! 모양은 제멋대로였지만 없이 살던 시절엔 그만한 간식도 드물었다. 이번에 공동 레시피로 제시된 막걸리빵은 모카빵 모양으로 완두배기도 넣고, 검은깨도 뿌려 고급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데 손색이 없게끔 만들어 낸다. 게다가 부산의 명물 중 하나인 금정산성 막걸리로 반죽을 빚고 발효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미역식빵'. 겉모양과 색깔은 여느 식빵과 다를 바 없는데, 속내를 들여다보니, 어라! 초록색이다. 미역분말을 넣어서 그렇다. 미역분말을 넣은 쿠키는 이미 개발되어 여러 곳에서 시판되고 있지만 밀가루 반죽에 넣어서 빵을 구워낸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수분을 많이 흡수해서 빵의 속살이 더 부드러워졌다고. 기장의 미역은 그 자체로 브랜드 가치가 있는 건강식품인데 이를 빵에 접목했으니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길 수 있을지 반응이 기대된다는 게 제과협회 측의 설명이다.

'그린빵'은 쌀과 미역 분말로 만들었다. 역시 미역 때문에 속살이 초록빛을 띠는 바람에 그린빵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지만 차라리 '미역쌀빵'이라 명명하면 재료의 장점이 잘 부각됐을 듯싶다. 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 성분이 없어 빵을 만들면 아주 부드럽다. 소화가 아주 잘되니 노인들이라도 먹기가 편하다.

대저 토마토가 빵과 만났을 때! 이름하여 '현미토마토식빵'이다. 반죽에 토마토 농축 주스를 넣는다. 빵을 쪼개 보니 불그스름하게 잘 익은 토마토 색감이 강렬하다. 이탈리아 요리가 건강식으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토마토를 주재료로 쓰기 때문이니 건강빵으로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호밀빵'은 소화가 잘되는 건강빵이라 포함됐다.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나는 듯해서 일반인들이 그리 선호하지 않아 취급하는 빵집이 그리 많지 않은 탓에 건강빵 보급 차원에서 공동판매 리스트에 올렸다. 



■동네빵집 살고 '부산빵'도 나오고

제과협회 측에 따르면 동네빵집들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건강빵 레시피'를 공유한 데 이어 공동판매에까지 들어가는 건 전국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무차별 공세로 인한 공멸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과협회 측은 공동 생존전략 차원에서 공동판매를 결정하고 지난달 30일 동네빵집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술을 전수했다. 하지만 모든 빵집의 빵맛이 다 같을까? 윤 기술위원장은 "레시피가 같더라도 모든 가게에서 파는 빵이 동일한 맛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설명했다. "수제 빵집들이라 손맛에 따라,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른 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런 차이가 동네빵집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는 부산시가 지난 5월 선정한 '명품빵집' 27곳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품빵집'은 엄정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시내 유명제과점과 수제빵 전문점이 망라되어 있다. 오는 11월 명품빵집이 추가 선정되고 공동판매에 참여하는 빵집이 늘어나면 동네빵집들의 공동 생존전략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지역의 명과 '부산빵'도 윤곽을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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